수출용 원자재에 얽힌 제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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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출용 원자재가 마구 국내시장에 유출됨으로써 국내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하여 해당 업계는 이에 반발, 22일 성토대회를 열 모양이다.
보도에 따르면 「와이샤쓰」「블라우스」등의 경우 일본제품이 국내시장을 석권할 단계에 있다하며, 그 밖의 각종 단추·재봉사·「재크」등도 국산품은 전멸상태에 있다한다. 또「폴리비닐·백」「스카치·테이프」「마스킹·테이프」등도 일제가 국내시장에서 판치고있는 실정이라 한다.
이와 같은 사태에 직면해서 봉제공협은 산하에 「봉제품원·부자재 밀수방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성토대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라 한다.
수출용 원자재의 국내유출현장은 비단 의류 등 분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산품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상 거의 완제품을 들여와서 포장만 한 것으로 시판되는 국산품이 많다는 점에서 무역정책이나 산업정책은 전환기를 맞이했다 할 것이다.
제1차 5개년 계획이 양적인 성장을 과시했고 그 추세를 몰아 2차 계획은 더욱 높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지만 지난날의 양적 성장이나 수출증가가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오늘의 모순과 여파를 재래시키고 있음을 볼 때 경제의 성장이 근시적이어서는 아니된다는 교훈을 다시금 제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경제의 일시적 성장을 유발시키기는 쉬우나 그것이 지속적성장력을 갖도록 만들기는 매우 힘드는 것이다.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있을 수 있는 모순이나 부작용을 예측적으로 내다볼 수 있는 여유 있는 정책이 소망스러운 것이나 눈앞의 양적 성과에 급급할 때 그것이 자승자박적인 결과를 유발시킬 것임을 우리는 수출용원자재의 국내시장 지배현상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수출실적이 5억 「달러」에 이를 것이며 수출구조가 원시생산품 위주에서 제조상품 위주로 변화되어 우리의 수출역량이 강화되었다는 것이 공식적인 견해라 하겠지만 과연 제조상품수출구성비가 60%를 넘었다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냐를 이 기회에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환율과 물가의 「갭」이 더욱 벌어져 수출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수출증가를 위해 금융세제상의 특혜는 물론, 각종요금의 할인까지도 허용했고, 그것도 모자라서 사실상의 밀수행위라 할 수출용 원자재의 국내유용을 묵인하는 정책을 집행해 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출적자를 「커버」해주기 위해서 냉장고·TV·「에어콘」등을 위시해서 이른바 인기품목의 수입과 「링크」시켜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수출증가율은 수입증가율을 크게 하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증가를 위한 수입증가로 국제수지를 악화시키는 무역정책, 국내산업의 기반을 위협하고 안정성을 저하시키는 형식적 가공산업화, 그리고 국내산업육성과 상충되는 수출정책 등은 원칙 없는 양적성장정책이 가져온 혼란이라 할 것이며 확고한 기반 없이 벌여놓은 산업이 수입수요의 격증 속에서 수입제한에 직면할 때 국내적 기반을 갖지 못한 국내제조업은 기본적인 시련에 봉착할 것이다. 수출정책 산업정책의 재검토가 시급히 요청되는 것이며 능력이상의 성장을 추구하는 초조한 성장정책을 시정할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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