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아제한 교황회칙의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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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로마교황「바오로」6세(70)가 전세계 「가톨릭」신자에게 『인간의생명에 관하여』(Humanae Vitae)라는 제하로 내린 산아제한의회칙(회칙)은 5억5천만여명의 전세계 「가톨릭」신자뿐 아니라 대부분 산아제한 정책을 쓰고있는 국가에 대해서는 큰 파문임에 틀림없다. 이같은 파문은 연간 2억여원이상을 가족계획사업에 투입하며 산아제한정책을 경제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시행하고있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예외될수는 없다.
더구나 국내70여만명의 「가톨릭」신자 자신들의 부부생활과 함께-.
그러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김수환대주교는 16일 명동천주교대주교관에서 교황의 회칙을 성심으로 서명공포했음을 밝히고 『어머니인 교회와함께 생활하는 모든 신자는 교황이 가르친 유익하고도 적극적인 관점들을 진정한 「가톨릭」정신으로 받아듣여야한다』 고역설했다. 그는 교황이 내린 산아제한의 회칙은 『인간의 품위를, 남편과 아내의 품위를 높이고 결혼의 순결성과 신성성을 보장하는것』이라고 설명했다.
①이미 시작된 생식작용의 중단과 고의로 행하는 낙태는 산아조절의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용납합수없다.
②남자나 여자나 일시적 또는 영구적 단종(단종)이 용납될수없다.
③성행위전이나 성행위중에 또는 성행위의 자연적인 귀결에있어, 어떤방법이나 행위로 생식을 불가능케하는 것은 용납될수없다 (회칙의요지) .
이상의 회칙이 밝힌것처럼 교황측은 기계적수단이거나 화학적 피임수단이거나 간에 모든 인공적 산아제한이 불법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가톨릭」교회에서 종래 취해온 ▲교황「비오」11세의 결혼에관한 회칙 「카스티·콘누비」(1930년) ▲「비오」12세의 발언들▲「요한」23세의 「어머니와교사」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뜻을 가강 강력하게 재확인한것.
이만큼 강경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정책뿐만아니라 인공유산을 생활화하고있는 각국에선 이만저만한 파문이 아니다.
우선 외지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미국안에서는 지난7월29일 「워싱턴」성직자협회 1백42명이 교황의 회칙을 지지하라는「패트릭·오보일」 주교의 지시에 복종할것을 거부했으며 먹는 피임약을 최초로발전시킨 「허드슨· 호그랜드」박사는 교회의 결정을 『매우 유감스런일』이라고논평, 「갈릴레오」의 법칙과같이 교황의 회칙도 시정될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북부지방사람들 4명 가운데 적어도 1명꼴이 「가톨릭」신자인 사회에서는 여간 큰일.
▲「시드니」=「길로리」 추기경이 지도자가 되고있는 호주 교회 당국은『「가톨릭」교 의사들은 이제 피임약사용에대해 종교적인 반대를 하지않는 여인일지라도 신체적 질환이외에는 어떠한 여인에게도 피임약처방을 할수없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본」=「마르틴·루터」파교회의 종교문제연구위원회의 대변인은 교황의 회칙은 『오히려 후퇴』라고 말했고.
▲「스톡흘름」=「스웨덴」교회는 회칙에대해 슬픔과 「실망」을 표현.
▲「쮜리히」=자유파목사인 「제이콥·데이비드」박사는『회칙은 신앙깊은 부부들을 고뇌속에 던져 넣었다』고 논평.
▲「마드리드」=「카시미트·모르실로」 대주교는「스페인」 근로대중들에게 회칙에대한 지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정부와 기업가들은 노동자들의 가족이 늘어남에 따른 노임인상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네덜란드=두「가톨릭」 교구의대표 추기경은 회칙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가정에대한 문제는 완전히 개방된채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의 회칙을 지지하는 쪽이 많은편.
4남매의 아버지인 「가톨릭」의 대의무원장 조규상교수 (44)는 『빈곤한나라에 있어서 인구 팽창문제는 검토되어야할 과제이나 그것은 경제정책상의 결함에서 오는 문제이지, 모든 의사들은 인공유산에서 오는 모체의 보호를 해야한다』는 요지로 말하며『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이라고 말했다. 또 동대학 진료처장 김학중교수는『의학상 문제를 많이 제기하고 있으나 부부들은「리듬·매서드」(주기요법)로 피임할수있는 문제』라고 말하며 교황측의 입장을 수긍했다.
회사원C씨(32)는 두 남매의 아버지. 그는 회칙은 각나라의 도덕에따라 받아들이는 태세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했다.
이에반해 회사원 K씨(36)는 반대의견. K씨는 『만혼에 2남을 두었으나 딸하나만 낳으면 단산할계획』이라고. 『회사의 월급가지고는 이이상의출산은 당장 생계에 위협을 줄것』이라고 하면서 『신의 마음에 반하지않으나 어쩔수없는 노릇』임을 밝혔다. <김석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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