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안철수, 벽 하나 사이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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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국회가 시작된 3일 오후 3시.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민주당이, 제2세미나실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동시에 정책토론회를 시작했다. 민주당 세미나의 주제는 ‘재집권 전략’이었고, 안 의원의 주제는 ‘민생 난제’였다. 민주당에선 김한길 대표가 축사를 통해 “127석을 가진 민주당이야말로 실천력 있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의정활동을 통해 말 없이 성실히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대신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두 세미나실의 출입문은 나란히 있었고, 양측 모두 서로의 흥행에 적잖이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연히도 동시간대 세미나가 시작돼 밖에서 볼 땐 경쟁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세미나에서 수차례 실행능력을 강조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복지국가진보정치연대의 대표 박용진 당 대변인은 “안 의원의 최장집(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 교수 영입으로 정당정치와 노동정치의 학술적 상징은 빼앗겼을지 몰라도 노동현장과의 인적 관계, 노동 현안 해결의 현실적 능력, 지역과 세대라는 기존 동력의 존재 등 정치현실에서의 가능성은 민주당이 월등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출신인 박 대변인은 노동·진보그룹을 대표하는 인사로 꼽힌다. 그는 “당이 재집권하기 위해 반드시 ‘일하는 사람(노동자)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것만이 안 의원보다 당이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날 무소속 송호창 의원, 참여연대 등과 함께 ‘전국 을(乙)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경제민주화운동본부’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등의 관계자들을 불러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민주당과 ‘을의 정치’, 경제민주화 선점 경쟁을 하고 있다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듯한 발언도 있었다. 송 의원은 “의제를 빼앗기 위한 세미나라는 일부 언론의 해석은 대립과 다툼만 부추길 뿐”이라며 “오늘 이 자리는 야당은 물론이고 정부와 여당이 (경제민주화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요구하는 게 목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도 이날 취재진과의 오찬에선 “민주당과 경쟁하기 위해 정치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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