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권의 독립과 신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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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2일과 3일의백주, 서울의 중심가 다섯군데에는 동백림공작단사건에 대한 대법원판결을 비난하는벽보가 나붙고 곳곳에서 같은내용의「비라」가살포됐을뿐아니라 서울형사지법조성기판사에게는 동일내용의 격문이 등기우편으로 송달되었다한다. 이 사건은 벽보와「비라」의 내용이 너무도 과격한 언사로 돼있었기 때문에 법조계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에게까지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법원장은 즉시 검찰총장에게 범인을 엄중 색출해 줄 것을 요청했고, 서울지검검사장은 동벽보사건이 민주주의법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라 단정하고 서울시경에 절저한 수사를 긴급지시한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울시경은 오늘현재 아직도 한명의 용의자도 검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벽보내용을 보면『우리군경과 시민은 한결같이 간첩을 잡아내기에 죽음을 불사하고 싸우는데 이 나라의재판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법관의 가면을 쓰고 도사리고 있는 붉은 늑대들에게 속아서는안된다…』『김일성의 앞잡이 ×××판사등을 처단하라』『북괴의 복마전인 사법부를 갈아내라』등등 실로 소름이 끼치는 위협적 언사를 담은 내용이었고,「비라」에도 거의 같은 내용의 『김일성의 판사를 잡아내자!』『북괴와 야합하여 기회를 노리는 붉은도당을 처단하라』등등 도저히 생각조차 할수없는 폭언을 늘어놓은것이었다고한다.
이러한 내용은 아무리 무식한 자라도 민주주의국가시민으로서는 감히 입밖에 낼수 없는 말일 것이다. 그것은 엉뚱한 목적아래「매카디즘」의 선풍을 일으켜 사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스스로 민주주의의 묘혈을 파려드는 오열분자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생각조차할수없는 행동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사법부의 판결이라도 비판이 있을수는 있는 일이라 하겠으나 이에는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방법으로써 정정당당하게 그 이견을 제시해야 할 것이고, 결코 사법부의 권위를 심추시키고 사법부의 신성을 모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오늘날 여러후진국가에서는정당정치의 폐단에 따라 때로는 정치적인 입법이 행해지고있고 이에 따라 국민주권적인 법치주의의 이념이 현실적으로 모호해지는 경향이없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럴수록 사법부야 말로 국민주권주의적인 법치주의의 보루로서 건재해야 한다는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입법국가에서 사법국가로의 과정은 정당제민주정치에서 필수적인 요청이고 법관국가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있는 것이다. 법관들은 그래도 당리당략에 구애되지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구체적인 정의를 발견할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 이를 실천하고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법부의 권위를 위해서는 언론기관조차도 재판비판에 극도의 신중을 기하는것이 통례로 되어 있는것이다. 그런데 동백림을 거점으로한 북괴공작단사건의 대법원판결과 무전간첩단사건의 판결을 계기로 하여 등록조차 되어있지 않는, 소위「애국시민회」가 사법부를 모독하고 법관을 공산당시하는 폭언을 농했음은 도저히 용납할수없는 일이라고 하겠다. 검찰과 경찰은 하루속히 범인을 체포하여 소위「애국시민회」의 정체를 밝혀야할 것이며 이들에 대해서는 결코 단순한 광고물단속법이나 도로교통법위반으로서 처단할것이 아니라 그들을 단호히 반공법상의 무고죄로 처단함으로써 검찰과 경찰의 위신을 회복하여야할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보루인 사법부의 권위와 신성을 되찾기 위해 당국의 신속한 행동을 주시코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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