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주자라는 말 의식 않고 선거전 임하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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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호 03면

차기 IOC 위원장으로 유력한 토마스 바흐(60) 현 IOC 부위원장에겐 쓰라린 기억이 있다.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독일 뮌헨 유치위원회를 이끌었으나 한국의 평창에 63대 25로 완패한 것이다. 바흐의 한 측근은 최근 “질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렇게 큰 표 차가 날 줄은 몰랐다”며 “당연히 표를 줄 거라 생각했던 동료 위원들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그 교훈을 새기며 이번 위원장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IOC 위원장 선거 유력 주자 토마스 바흐

지난달 31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IOC 집행위 회의 후 중앙SUNDAY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선두주자로 거론되는 데 대해 전혀 의식하지 않고 선거전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를 두고 “벌써 위원장처럼 행동한다”는 비아냥이 IOC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출마 선언문에서 ‘다양성 안의 통일성(unity in diversity)’을 모토로 내걸었는데.
“전 세계 누구에게나 어느 문화권에나 문이 열려 있는 올림픽 문화를 만들고, 그 안에서 화합하자는 의미다. 자세한 공약은 다음달 IOC 위원들에게 밝혀야 하는 터라 지금 말하긴 어렵지만 다양성을 존중하자는 게 핵심이다. 꽃다발도 여러 꽃이 섞여 있어야 더 아름답지 않나.”

-다양성을 얘기하지만 지금까지 8명의 IOC 위원장 중 7명이 유럽 출신이다. 바흐 부위원장 역시 그렇다.
“대륙 간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아시아 내에서도 나라마다 문화가 다르지 않나. 유럽도 마찬가지다. 대륙을 떠나 각국, 각 세대가 어울리는 다양함 속에서 서로 하나가 되는 게 올림픽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재임 중 자크 로게 현 위원장의 유산(legacy)은 뭐라고 보나.
“올림픽 정신(Olympic Movement)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 또 도핑(금지약물 복용) 규제를 강화하고 부정부패를 근절시키는 조치가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스포츠 정신을 지키기 위해선 부정부패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이어져야 한다. 로게 위원장과는 1980년대부터 IOC에서 함께했다. 누가 후임이 되든 그의 유산을 이어받아 발전시켜야 한다.”

-집행위가 레슬링 퇴출을 번복한 건 비효율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드러낸 것 아닌가.
“아니다. 집행위가 레슬링을 제외하기로 했던 2월 당시의 레슬링과 지금의 레슬링은 다르다. 개혁 노력이 이뤄졌기에 레슬링은 새로 태어났다. 스포츠가 더 발전하기 위해 이런 과정은 필수다.”

-본인의 IOC 관련 활동을 평가한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펜싱)을 땄을 때다. 선수로서의 경험이 IOC 조직 안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 선수단 개막식 공동입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평양에 갔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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