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라직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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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7월7일 오늘밤은
은하수 오작교에
견우직녀 1년만에
서로 반겨 만날세라
애야애야 애야좋네
칠석놀이 좀더 좋네.
예부터 칠석을 노래한 민요의 한귀절이다. 견우와 직녀의 얘기가 언제부터 생겼는지는분명치않지만「시경」에도 이미 두별을노래한 시가 들어있는걸 보면 꽤 옛날부터 있었던 설화인 것 같다.
7월은 음력에서는 첫 가을이라해서 맹추라고 한다.「늦더위 있다한들 절서야 속일소냐. 비
밑도 가비 업고 바람끝도 다르도다」(농가월령가).
잔서를 잊고자 뜰에나와 바라보는 밤의 은하수는 누구에게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안겨준
다.
소박하게 살아나가던 옛 사람들이 그속에서 비련의 설화를 엮어낸 것도 어쩌면 극히 당연
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처럼 아름답고, 사랑의 괴로움처럼 감미로운 것은 없고, 사랑의 고통처럼 기쁜 것이 없다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작년오늘 만나보고
다시 만날 오늘밤을
손꼽아 기다릴제
이내간장 썩은 물은
대장강 이루었네.
까치와 까마귀가 은하수에 놓은 오작교를 건너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늘 비가오면 그
것은 기쁨의 눈물이다. 내일 아침에 비가오면 그건 이별의슬픈 눈물이다. 그래서 구슬진 사랑은 남의 일 같지않게 같이 서러워하는 우리네는 예부터 칠석날에는 조금이라도 비가내리기 마련이라고 믿고있다.
직녀는 천제의 딸이었다한다. 그런 그녀가 길쌈을 했다는 것은 방직침선을 권장하기 위해
서였다고 한다. 고려공민왕때에는 견우·직녀를 내정에서 제사한 일도 있었다니, 아마 그것은 부녀자의 길쌈과 바느질 솜씨가 늘게 해달라는 일종의 걸교제 였으리라고 생각된다.
칠석은 이처럼 농사와 깊은 관계에 있다. 그래서는 아니지만 오늘만은 좀 더 많이 직녀가
울어줬으면, 그리고 이를 본 하늘도 무심하지 말아 줬으면, 그래서 비라도 많이 와줬으면 오죽이나 좋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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