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과 부패 - 홍종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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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소위 정치자금의 양성화(양성화)라는 과제를 내걸고 전국경제인협회가 주동이되어 23일 정경간담회(정경간담회)란것을 발족시켰다. 정치자금의 양성화를 위해서는 1965년 봄에 제정된「정치자금에 관한법률」도 있어서 경제인 들이 거두는 경치자금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맡아서 여·당의정당에분배하는일이 제도화되었음에도불구하고 지금다시정치자금양성화 이야기를 중심과제로하고 국회에서는 의장, 정부에서는국무총리, 정당에서는 공화당의 의장,신민당의 총재등을 고문으로 추대하고 또 명예위원으로 정계의 여·야중진급을 내세우고 전국경제계의 저라는 거물들이 근 백명이나 팔을 부르걷고 나섰음은 웬일인가.
이날 모임의 취지문이나, 개회사나 결의문의 표현은 대개 경제인들이 하고 싶은 말을 조심스럽게하고있는듯하다. 그러나 그중의 요지를 추려보면『민주주의의 수호(수호)와 정국안정에기여코자 정치자금의 양성화를 비롯한 정치정화, 정치 풍토의 개선에 앞장 섰다』고 과거를 설명도 하고 또『정치도의(도의)의 선양으로, 국민으로부터 보다큰 신의를 받고 안정된 토대위에서 국사를 추진할 수 있다는 청한 기풍을 진작해야 할것』이라고 주창도했다.
그리고 간담회운영요강을 보면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과 국민경제의 향상에 기여할것』을 목적으로 하고『올바른 경제정책의 구현에 힘쓰는 동시에 정치자금의 협찬과 정치·경제풍토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협의』할 것이라고했다.
경제인들의 이러한 견해의 표명은 오늘의 정치, 오늘의 경제정책에 관한 커다란 회의와 불만을 표시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할것이다. 이를 바꾸어 말한다면 오늘의 민주정치는 과연 건전하며, 또 경제정책은 올바른 것인가. 민주주의를 지켜 나가며 공산침략을 막고 국가의번영과 정치기풍의 혁신을 위해서는 정치자금을 내도 좋다.
그러나 오늘 이때에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아니냐 하는뜻을 가졌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상호불신서부패>
현대의 정치는 경제를 떠나서 이야기가 될수 없다. 사회·문화의 문제도 역시 그렇다. 그런중에서도 정치와 경제의 관계는 국가정책상 경제적 바탕을 어떻게 쌓아 올리느냐 하는 문제 이전에 두사이의 힘의 관계가 자못 어지려웠던 사실을 역사에서 많이 볼수 있다.
즉 정치권력이 경제인을 밥으로 여겨온 역사가있는가하면 경제인들이 관료나 정치인의 밥이되는듯한 반면에 그들을 경제인들의 손발로 부려먹는 예가 또 많았다. 그러나 그어느것도국가의 도의정신을 바로세우고 경제적 번영과 국민의 복리를위하여야하는 국가정책의 기본방향에서 크게 어긋나는 비리와 탐욕의갈등과 부정·부패의 나눠 먹기의 음모에 불과한 전근대적인 증상인것이다. 즉 국민의 이익을 희생의 제물로하는 권력과 금력의 야합에 불과한것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계와 경제계의 관계는 어떤가. 한입으로 쉽게말해서 사회각층에 만연되어 있는 소위 사회악이라는 부정·부패속에 정치인·경제인들이 죽을 쑤고 있는일면을 아무도 부인치 못할것이다.
관료와 정치권력층의 많은사람들이 공명정대히 말하기를 원치않는 세금부과의 대상이되지않는 수입으로 흥청대고 또치부하고있는것이 많은가하면 사업한다는사람들중의 많은사람들이 관료와 권력층에 싫은경우도 좋은경우도 가릴것없이 돈을 바치고 빼앗기고하면서 소위「특혜」에 탈세, 밀수의 방법으로 모리를하고있다는것을 누구도 부인치 못할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짓을 계속하여야하겠느냐, 과다한 정치자금을 아니 내놓을수없다는 결과는 사업자체의 지탱이 어렵게되고 또나라의 경제부흥도 어렵게되고 그나마 권력의 비위를건드릴세라하고 냉가슴을 앓으며 결국에가서는 부패자금의 제공자라는명분에닿지않는 누명만을 남겨야한다는 것을 사업가라는 사람으로서는 다시 생각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왜냐하면 정권은 언제나 바뀌기 마련이어서 4년에 한번씩선거도 하는것이지만 국가의 경제적 기반이되는 대규모의 사업체들은 나라의 운명과더불어 길이 발전을 도모치 않을수 없는 위치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 할것이다.

<과거씻고 정상화>
그런때문에 경제인들이 정경간담회의 이름을빌어서 말하고자하는바가 다름 아니라, 지금까지는 무엇이 어찌되었건 과거는 묻지 않기로하고 이제부터나마 무엇인가 좀 바른길로 일을 제대로 남같이 해보자고하는 말이라고 보아 무방할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뒷구멍으로 주고받고 쑥덕거리는 일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내되 국가의정치를 바로 옪은길로 이끌어나가는데 이바지한다는 명분에서 정당히 쓰일수있는 명예로운 정치자금이 되도록 떳떳이 남부끄럽지않게 주고 받자는 것이라고할것이다. 이경우에 소위 사업가로서는 먼저 자신의 떳떳한 태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먼저 사업가의 국가적 사명감을 가지고 기업의 자유 없이는 민주주의가 설 땅 없다는 커다란 깨달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만 먹고, 나만 살기위하여 남의 손실을 내 이익이 되게하고자 하는따위는 사업가가 아니고 단순한 모리배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 사람의 사업의 생명은 결코 길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국가의 초고한 권위와 책임을 지니고있는 정부와 국회의책임있는 고위의 지도층은 단호한 결단을 보여야 할것이다. 이사회의 정치의 타락부패를 어떻게하면 소탕할 것이냐하면 그는 정부와 국회의 책임자들의 정치생명을 건 결단력의 표시없이는 될수 없을것이다.
지금 경제인들이 말하는바 정치자금 양성화란 논란이 결국 부패없는 공명정대한 정치에서경제발전의 정도를 걷게 하지 않고는 나라의 번영을 이룩할 수없다는 말이 아닌가. 이는 나라의 부패, 특히 관료와 정치권력의 부패에대한 있을수 있는 최후의 각서와 같은 것이 정경간담에 나타난 경제인들의 호소임을 알아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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