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만 석 감수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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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함평·여주=최성기자】곡창 전남은 연 이태째 벼농사를 잃게 됐다. 모내기 한계일인 25일까지 수업도 방학도 뺏긴 국민학교 고사리 손까지 합쳐 연5백65만3천3백68명이 우물을 파고 물을 퍼 올렸으나 끝내 계획면적 20만6천1백60정보 중 4만8천3백86정보는 모를 심어보지도 못했다.
남아있는 못자리 3천66정보는 키만 앙상하게 자랐고 모는 이미 늙어 비틀어졌다.
모를 낸 15만7천7백73정보(77%)도 날마다 4천1백20정보가 마르고 2천5백25정보는 쩍쩍 바닥이 갈라지고 있다. 기식답 피해도 용수고갈 4만3천5백73정보에 1만7허8백95정보는 갈라지고 4백26개 저수지는 계획저수량 1천1백20정미터로 도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영광군 불갑 저수지(몽리면적2천8백정보)까지 말라붙었다.
2백만석 감수가 예상되는 벼농사는 물론 밭곡식도 거의가 앙상하게 말라 들어가고 있다.
나주군 문평 당점리 기영윤씨(53)는 논5마지기를 심었으나 신경저수지가 말라 이젠 바랄 것이 없다면서 『힘은 남는데 물이 모자란다』고 한탄했다. 기씨는 올보리 7가마를 생산했다.
식량으로만 쓴다면 9월말까지 지탱하겠지만 학비와 농사비용을 덜고 나면 곧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3단보미만의 영세농가 8만8천8백87가구(67연도 새 전남통계연보)는 유일한 식량인 보리도 3∼4가마밖에 안 남았다고 했다.
함평군 엄다면 면장 지홍재씨(44) 는 농가 4백80가구 중 3백50가구가 영세농이라고 하면서 특히 영흥리 흥룡 부락농가 60가구는 42정보를 송노리 송촌부락 50가구는 40정보가 모두 모를 꽂지 못해 30%는 이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 면장은 7월1일 착공한다는 고속도로 공사에 이 30%를 취역시키면 마음이라도 놓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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