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서울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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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전함1척, 항모1척, 순양함2척, 구축함4척 격침!
이것은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을때 신문에서 매일같이 볼수있었던기사다. 설명할 필요없이 당장에 그때를 연상할 40대이상의 사람에겐 대한민국해군이 구축함을가졌다는것쯤은 그저 전차나 비행기를 가졌다는것 이상으로 대단하게 느끼지 않을지모른다. 우리는 하나도 가져보지못하였지만 미국과 일본의 싸움판에서 말하자면간만키운셈이다.
6·25동란때 열차에서 한 미군병사와 나눈 대화가 기억난다. 그병사의 질문인즉 너의나라 해군에는 항공모함이 몇척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선뜻 나온 대답이『항모3척』이었다.
그자도 어지간히 해군은 몰랐던 모양이다.
이 미군병사와 비슷한 사람을 그후 얼마든지 보아왔다. 웬만한 항모1척은 소박한 숫자로 얘기하면 지금의 우리해군의 배, 공군의비행기를 다합쳐도 하나를 따르기 힘들다고 얘기할 수도있다. 흔히 배의 크기를 얘기할때 무엇인가 실감있는것으로비유해서 설명하게되는데 어느 미항모 함장은 자기배가 크다는설명을 대뜸 우리 배는 한번출동용으로 변소의화장지15 「트럭」분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있다. 최근 한국해군은 다시1척의 구축함(서울함)을 추가케됐다. 크기에있어서야전함·항모·순양함에 따르지못하지만 간커진 사람들이웃어 넘길 그런만만한것은아니다.
우리의지리적조건과 현국방의 성격에서가장 알맞는 함형이 구축함이란것이군사전문가의 얘기다. 「한국해군에 필요한 함정세력」이란 제목으로사관학교때 「리포트」를 낸적이 있다.
가당치도 않은 허황한 대세력을적은 생도가 좋은 점수를 받은것을 기억한다. 그렇게 허황한 것으로만 보이는것이 이젠 현실적으로 하나하나 실현되어 나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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