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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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바캉스·붐」이라는 묘한 외래어가 최근에 유행되고 있다. 「바캉스」(Vacance)는 휴가라는「프랑스」어,「붐」은 급격한 발전이니 벼락 경기, 또는 폭발적유행의 뜻의 영어. 이 두개가 어떻게 합쳐질수 있는지 외국인들은 좀 고개를 갸우뚱거릴 것이다. 어떻게보면 이런데 한국적인 멋이있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그런 신조외래어도 일본에서 건너 온 것이라면 좀 흥이 깨진다.
일본에선「레저·붐」이란 말이 좀 더 팔리는 모양. 그러나 아직 호사스럽게 여가를 즐길 만한 여유가 없는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레저」(Leisure)라는 말보다도「바캉스」란말이, 그것도 주로 여름철에 더유행되고 있는듯하다.
어원이야 어떻든「바캉스」란 말은 매우 일상화되었다. 그만큼 우리네 살림도 윤택해졌다면 참 좋은 일이다.
또는 새로운「모럴」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볼수도 있다.
「바캉스·무드」에는「쾌락의 모럴」이라는 전에없던 새로운 가치관이 뒷받침이 되어 있
는듯하다. 전에는 금욕의「모럴」이 강조되었었다. 금욕이 자본을 축적하고 경제적 발전을 자극시키는데 큰도움이 되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생산과잉의 위기를 이겨내려면 욕망을 더욱 증대시키는게 제일이다. 미국의 어느 경제학자도 보다 많은 소비가 보다큰 발전을 약속해준다고까지 말한적이 있다.
이처럼 고도로 공업화된 단계에서는 따라서 금욕보다 쾌락의「모럴」이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이제는 쾌락의 억제보다는 쾌락의 선용, 곧선택된 쾌락의 자유스러운 향수가
더중요해진다. 쾌락은 또 어느의미에서는 인간의 잠재적 능력을 개발시켜주고, 능동적으로 사회에 적응시켜줄수도 있는것이다. 이렇게 좋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바캉스·붐」이란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만 만들어줄뿐 서민층에게는
아직도 그림의 떡이다.
올여름에도 유급휴가제의 혜택을 얼마나 받게 될는지, 설사 받게된다하더라도 얼마나「바캉스」를 즐길수있겠는지. 역시 따분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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