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빛낸 일 적은데… 프로축구 30년 빛낸 베스트1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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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프로축구연맹(총재 권오갑)이 30일 K리그 30주년을 기념해 역대 프로축구 레전드 베스트일레븐을 선정, 발표했다. 프로축구가 걸어온 30년을 돌이켜보는 의미 있는 이벤트로 주목받았지만 선정된 11명의 면면이 지나치게 인기에 치우쳤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구성은 화려하다. 4-4-2 포메이션을 기준으로 최전방에 최순호(48)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황선홍(45)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포진했다. 미드필더에는 서정원(43·수원 삼성 감독)·유상철(42·전 대전 시티즌 감독)·신태용(43·전 성남 일화 감독)·김주성(47·동아시아축구연맹 사무총장)이 자리를 잡았다. 포백 수비진은 최강희(54) 축구대표팀 감독을 필두로 박경훈(52)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 홍명보(44) 홍명보장학재단 이사장, 김태영(43) 울산현대 코치로 꾸려졌다. 골키퍼는 신의손(53) 부산 아이파크 GK 코치가 낙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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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한국 축구의 별들이지만 기준을 ‘프로축구’로 한정하면 자격에 의문이 생기는 사람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투톱으로 선정된 황선홍 감독과 최순호 부회장이다. 황 감독은 전체 투표자 중 29.1%의 지지를 얻어 공격수 부문 1위에 올랐고, 최 부회장은 17.3%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두 레전드가 K리그에서 세운 기록은 다른 후보에 비해 떨어진다.

 황 감독은 A대표팀에서 103경기에 출전해 50골을 넣었지만, K리그에서는 7시즌 동안 64경기 출전(31골)에 그쳤다. 최 부회장 역시 태극마크를 달고 세운 기록(95경기 30골)에 비해 프로축구 이력(100경기 23골)이 초라하다. 공격수 부문 후보 8명 중 7위에 그친 우성용(40) 인천 코치는 14시즌 동안 439경기에 출장해 116골을 넣었다. 12.6%의 지지율로 4위에 그친 김도훈(43) 강원 코치는 257경기에서 114골을 넣었다. 1990년과 94년 두 차례 K리그 득점왕에 오른 윤상철(48) 경신고 감독은 3.8%의 지지율로 꼴찌였다. 한 축구팬은 인터넷 게시판에 “황선홍과 최순호가 한국 축구 발전에 큰 획을 그은 사실을 폄훼하고 싶진 않지만 프로축구 30년을 대표하는 레전드로 보긴 어려운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프로축구 30년의 얼굴’을 뽑는 투표에 정작 프로축구 성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다수의 축구인은 “팬 투표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인기 위주로 흐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K리그 공헌도보다 선수 지명도가 지나치게 높게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프로연맹은 9만여 명이 참여한 축구팬 투표 결과를 총점의 30%로 반영했다. 축구인 100명과 축구 담당 기자 126명의 투표 결과는 각각 40%와 30%씩 반영했다.

 이와 관련해 3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관계자는 “K리그에서의 활약만으로 전체 국민의 호응을 받기엔 권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K리그를 기반으로 팬들의 지지도와 공헌도를 전반적으로 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초 기획했던 ‘프로축구를 빛낸 최고의 11명을 뽑는다’는 취지는 무색하게 됐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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