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신문고] 30대 내년 공기업 취업 얼마나 힘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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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사법시험에 도전하던 조형동(32·서울 중계동)씨는 올해 초 공공기관 취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평균 취업 나이를 넘긴 조씨는 공기업 입사를 마지막 패자부활전의 기회라고 여겼다. 하지만 4월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30대가 공공기관 취업하는 게 실제 얼마나 어려워질지 궁금하다”고 문의해 왔다.

 이 특별법은 내년부터 3년간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에서 매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정원의 3% 이상을 청년(15~29세) 중에서 뽑도록 의무화하는 법이다. 따라서 신규 채용 인원이 정원의 3%가 안 되는 기관에 지원하는 30대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원한 공기업 인사팀장은 “청년 채용 실적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만큼 정원의 3%는 20대로 채우고 나머지 자리를 30대를 포함한 다른 세대에게 주게 될 것”이라며 “신규 채용이 정원의 3%가 안 되는 곳의 경우 30대를 채용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중 30대 취업이 어려운 곳은 얼마나 될까. 취재팀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숫자를 확인해봤다. 지난해 기준 신규 채용이 정원의 3%를 넘지 않은 공공기관은 10곳 중 1곳 정도로 나타났다. 채용규모를 공시한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282곳 중 33곳(11.7%)이었다. 지원자들이 선호하는 직원 평균보수 상위 50곳 중에선 7곳(14%) 정도가 3% 기준을 넘지 못했다. 공공기관의 정원 대비 채용규모는 매해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이다. 내년부터 특별법이 시행됐을 때 30대 취업이 사실상 가로막히는 곳은 10% 정도로 볼 수 있다.

 반면 공공기관 중 정원 대비 채용 비율이 높은 곳은 상대적으로 30대 취업 가능성이 큰 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예상 채용 인원 상위 30곳의 정원 대비 신규 채용 비율은 평균 8.07%로 집계됐다. 348명을 뽑는 코레일네트웍스가 26.3%로 정원 대비 신규 채용 비율이 가장 높았고, 충남대병원(22.6%), 부산대병원(21.8%)이 뒤를 이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민주당 김관영 의원은 “30대의 공공기관 취업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시행령에 나와 있는 청년의 범위를 넓히거나 청년 채용과 공공기관 평가를 연계하는 정도를 완화하는 것 등이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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