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경제통합의 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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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구주공동시장이라고 통칭되는 구주경제공동체(EEC)는 7월1일 역내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는 관세동맹을 발효시켰다.
58년1월에 발족한 EEC는 경제적 통합에서 정치적 통합으로 예상하고 출항한 것으로 지난 10년 동안 착실히 경제통합의 길을 열어왔었다.
4년씩 3단계를 거쳐 70년에 관세철폐와 대외공통관세 제를 시행하려했던 당초의 「스케줄」을 1년 반 앞당겨 실시하는 이번 관세동맹형성은 비단 EEC 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경제의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EC가 역내관세를 철폐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역내무역량의 증가와 역외무역의 감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역내회원국 사이의 무역은 관세가 없어짐에 따라서 세율만큼 가격상의 자극이 주어져 필연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비 회원국의 대EEC수출조건은 그 만큼 악화되는 것이다. EEC가 관세동맹을 형성시킴으로써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국가는 영국을 주축으로 하는 구주자유무역연합인 EFTA제국으로 알려지고 있다. EFTA와 EEC의 경상무역거래는 연율 40억 「달러」 정도의 적자를 EFTA가 시현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들의 무역적자는 EEC관세동맹으로 말미암아 더욱 커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므로 EFTA는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EFTA의 주축국인 영국은 총 수출의 28%를 EEC시장에 의존하고 있는데 「파운드」화의 재건이란 무거운 짐을 덜기는커녕 오히려 EEC시장의 압력까지 더 부하해야 할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처지에 놓인 영국은 그 동안 EEC가입을 여러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불란서의 반대에 부딪쳐 실패했다.
더욱이 EEC가 관세동맹을 형성시킨 이상, 영국이 EEC에 가입할 조건은 더욱 악화되었으며 EFTA제국의 EEC가입조건도 마찬가지로 악화되었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변화를 구주경제가 자칫 잘못하면 더욱 분열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것이며 나아가 세계경제의 커다란 분열요인을 EEC관세동맹을 내정하고 있다 할 것이다. 물론 7월1일부터 「케네디·라운드」협상이 발효되기 때문에 그만큼 EEC관세동맹이 주는 분열적 효과는 상살되어 갈 것이나 「베트남」전비지출과 「인플레」의 위협 속에서 「달러」방위조치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 때문에 또 하나의 경제분열요인이 노출되고 있는 것도 오늘의 세계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세계경제가 분열요인을 축적해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에 비례해서 우리는 더욱 국제경제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율투자와 그를 지탱하기 위한 고율외자도입 및 수출「드라이브」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우리는 솔직히 말하여 너무나 팽팽한 확장정책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며 때문에 국제경제가 미치는 충격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여유 없는 정책이 불측의 충격에 봉착할 때 입을 피해와 혼란은 막심할 것이란 점에서 언제 어떠한 불측의 상황이 야기된다 하더라도 그에 신축적 대응할 수 있는 여유를 우리도 가지고 있어야 하겠음을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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