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농촌개발 뒤받침 이대 한국문화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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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시가 급진적으로 발전함에 비추어 우리나라의 농촌은 전근대에 산다. 낙후됐다고 하고 혹은 기진맥진해 혼수상태라고 말한다.
뜻있는 소수의 지방민들이 농촌을 이끌어 올리기 위하여 골몰하고 있다.
고식적인 생활 속에 묻혀있는 농민에게 새로운 기술의 본보기가 되고자 한다.
또 학생들은 우선 눈을 뜨게 해야 한다고 방학 때마다 몰려간다. 지식과 도시의 바람을 안아다 뿌리고 온다. 신앙으로써 마음의 지주를 세워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종교인도 있다. 앞장서서 땀 흘리며 신명의 힘을 보인다.
그러면 그러한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일까. 이른바「시범부락」이란 어떠한 곳인가? 어떤 요소 때문에 시범의 의치에 이른 것일까. 이화여대 한국문화연구원의 한 「커미티」인 농촌문제연구위원회는 바로 그점에 착안, 연구했다. 보다 개발된 지역사회를 찾아 조사하고 평가한다.
지난 5년간 여러 모로 진단한 결과를 금년부터는 구체적으로 적용해본다. 연구위원회에서 직접 실험을 위한 행동대를 파견하며 진단서가 얼마나 적중한 것인가를 재검토하는 것이다.
『시범적인 부락이나 농장하면 흔히 비범한 사람이 특수한 방법으로 이룩해 낙원같이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연구소는 그런 특별한 예에는 오히려 비판적입니다. 누구나 농촌개발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떠한 것이냐가 중요하니까요.』 위원회 소장 강우철 교수는 연구소의 자세를 밝힌다.
농촌에서 개발의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각기 독자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 전국적인 조직과 체계아래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사회의 개발이 아니다. 산발적으로 개인을 중심하여 이루어지고 있는 까닭에 백이면 백이 다다른 「샘플」이 된다.
아무리 좋은 성과를 올렸더라도 그것은 그 개인이 그 시설에서 그 방법으로 그만한 성과를 올린데 불과하다. 딴데에도 그대로 적용될 순 없는 것이다. 농촌문제 연구위는 1964년 7월 발족 동시에 전국에서 3개 시범부락을 선정, 그 성과를 조사했다.
비교적 오랜 기간 시범부락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해 오는 부락으로 그 힘은 「리더쉽」에 있었다. 충북 제천군 백운면 방학리는 협동조합의 운영 면에서, 강원도 명주군 강동면 모전리는 진흥청의 협조 면에서, 경북 영천군 화산면 대안동은 학교가 유도하고 있으나 역시 모두 개인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2차로 조사한 곳은 제주도 서귀읍 신효리. 밀감으로 생활수준을 높이고 있는 특수지역인데 이것이 이 지역사회의 개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러면 농촌의 개발을 위하여 지도자 양성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는가. 3차 계획으로 전국에서 4백여개소를 헤아리는 농촌사회 교육기관에 질문서를 보냈다.
그중 회답해 온 곳이 2백45개소. 가나안농장처럼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곳은 물론 한낱 이름없는 농부가 이웃의 희망자 몇 사람에게 기술지도를 하는 정도까지 여기에 포함돼 있다.
그들의 회답 가운데 자료로 취한 것이 1백92통-지방의 교육기관에서 솔선해 지역사회의 개발에 나선 곳이 43개소, 종교인이 30개소, 순수한 개인 독지가가 20개소, 종교단체가 9개소, 기타는 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런 농촌사회 교육기관의 설치는 규모의 대소간에 1962년을 경제로 하여 격중돼 온다.
개인들의 노력도 현저해지거니와 진흥부과 농협 등 관의 지원이 「붐」을 이루고 있다. 양적으로 증가는 확실한데 과연 성과가 있느냐 하는 점은 아직 미지수.
『구체적으로 가시 사항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농민 자신이 이로움이 있다는 사실을 실증해 주어야만 비로소 접근하려 하는 농민입니다. 지금 농촌에서 시급한 것은 소득 수준의 증가인데 그건 정신과 기술이 양립해야 합니다.』
대학생들의 농촌계몽대가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문자교육(문맹퇴치)과 추상적인 이론뿐이었기 때문이라고 강 교수는 지적한다.
이화여대는 금년에 사회교육위원회라는 새 「커미티」를 마련했다. 모든 이대학생은 재학 중에 3주간씩 농촌에 나가 일해야 하는-일을 관장하는 기구이다.
이 커다란 「프로젝트」의 「프로그램」은 물론 농촌문제연구소에서 작성하며 또 평가한다. 위생·학습지도·생활개선·기술지도·부업안내·사회 조사 등 광범한 훈련의 시작과 끝을 지키는 것이다.
금년 여름방학엔 양주·가평·이천·춘성 등지의 12개 부락에 1백16명을 파견, 실험훈련을 베푼다. 그동안 연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겨 보는 연구이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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