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이 모자란다|생산비 안나와 땅 방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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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제철을 맞은 농촌에 일손이 모자란다. 많은 청장년이 군에 갔거나 도시의 막벌이 일자리를 찾아 농촌을 버렸기 때문에 거친 일이 많은 농촌에는 이익보다 미련에 묶여 농촌을 버리지 못하는 노인들과 부녀들이 땅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영·호남을 휩쓴 모진 가뭄으로 일손이 모자라는 농촌은 더욱 심한 영양실조에 걸려있다. 게다가 갖가지 세금과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각종 잡부금, 힘에 겨운 교육비등에 짓눌려 농민들은 빚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 숨을 돌릴 수 없게된 농민들은 하루빨리 농촌을 떠나야겠다고 대대로 물려온 농토를 방매하고 있다. 일반물가와는 정반대로 땅값은 터무니없이 떨어지지만 매기조차 없어 농민들은 더욱 초조하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재작년에 평당 5, 6백원 하던 일등 호답이 올해는 3, 4백원으로 떨어졌다.
이래서 「농자천하지대본」이란 한낱 옛말이 되고 말았다.

<소 팔아서 노자마련 남자절반 떠난 곳도>
대구시 중심에서 약10킬로 남쪽인 달성군 성서면 본리1동엔 남자 6백57명과 여자 5백87명이 살아왔는데 1년 동안에 남자 약 절반(3백39명)이 농사일을 버리고 딴 일자리를 찾아나갔다(면통계).
그래서 올해 이곳 농토에는 5백여명의 여자들만이 모내기·김매기, 심지어 힘에 겨운 밭·논갈이들을 맡고 있다.
그뿐 아니라 남자들이 일자리를 구해 떠날 때 노자를 마련하기 위해 먹이던 소까지 팔아갔기 때문에 농사일의 절반을 돕던 소의 힘도 빌 수 없게됐다.
성서면내 농가1천3백95가구 중 5단보 미만의 이른바 영세농가수가 전체의 33%, 2정보이상의 안정농가는 겨우 1백5가구.
논5단보를 갖고있는 본리동 박모씨의 1년간 농사수지 결산은 적자 투성이었다. 논 수입은 쌀이 단보당 4가마로 모두 20가마. 보리가 3가마 정도로 12가마(못자리 1단보는 제외되니까) , 1년간의 양식으로 보리쌀 4가마를 합해 쌀등 11가마(1인당 하루3흡, 2말을 연수로 잡고)를 빼면 모두 21가마가 남는 셈이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쌀값이 5만2천원(가마당 4천원잡고)이고 보리는 먹는데만 그치니까 수익이 없는 것. 그러나 이것들을 생산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5단보 이모작으로 연수익 1만5천원>
단보당 비료대중 요소가 25킬로(4백원) 유안이 한부대(45킬로=6백원) 중과석 20킬로(4백원) 가리8킬로(1백원) 등해서 모두1천5백원.
여기서 ▲모내는데 인부노임이 3백원 ▲제초작업에 6백원(3회) ▲베는데 8백원(2명) ▲논갈이에 6백원 ▲씨앗 4되(2백50원) ▲관리비 5백원 ▲수리세 평당3원(9백원) ▲수득세 2말4되(9백원) ▲기타 5백원으로 모두 6천8백50원이 들어 이를 5단보로 따지면 3만4천4백50원이 든 셈이다.
이대로 잡아보면 5단보에 2모작을 해서(못자리 1단보 제외=맥작은 수익고가 없음) 연간 겨우 1만5천5백50원의 소득을 본셈(당국은 노동력을 여기 넣지 않으니까 8만원으로 계상)인데 이 돈으로 박씨는 가족 5명의 1년간 생활비와 학자금을 부담해야되고 세금도 물고 빛 얻어 쓴 돈의 이자도 갚아야 한다.

<세금·학비·잡부금 빚으로 메우는 실정>
이것을 달로 쪼개면 1천2백여원. 먹고살기에는 겨우 된다손 치더라도 각종 잡부금에 학자금·반찬값·병치료비 등은 빚을 내는 길밖에 없다. 이래서 농촌에는 해마다 이농이 늘어간다.
성서면의 경우 64년에 12가구가 이농했고 올 들어서는 벌써 25가구가 고향을 떠났다(면집계) .
▲경기도는 지난 한해에만도 1만여 가구가 이농했다. 저마다 팔려고 내놓은 땅값은 평당 1백50원에서 2백원이 고작.

<일꾼 구하기 어려워 논 값은 떨어지기만>
수원시 곡반정동 박제경노인(55)은 일꾼이 없어 병든 몸을 이끌고 논두렁에 나왔다.
4시간마다 밥과 술·담배 값 2백원∼2백50원씩 품삯을 줘도 일꾼을 얻기란 좀처럼 어렵다했다. 이 마을 2백여 가구 중 박순양씨(42)등 10여가구가 이미 논을 내놓았다.
▲전북=농토(25만8천7백74단보)는 도시로 진출할 힘이 없는 영세농가와 3정보이상 경작하는 대농가가 지키고 있는 형편. 10년 전에 28만2천3백12가구이던 농가가 67연도에 도리어 8백가구 가준 사실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4년 전에 한마지기(2백평)에 쌀14∼15가마하던 논 값은 8가마로 떨어지고.
▲충남=3월말까지 이농가수는 4백33가구(2천2백7명), 이는 월말에 비해 2백9가구(1천17명) 가는 것이다.
▲전남=농가수가 66년의 45만1천4백8가구보다 4천5백68가구나 줄었다. 농토는 10년 전(31만5천2백25단보)보다 7만8천6백87단보나 늘고.

<경작면적 줄어들어 춘성 신동면선 10%>
▲경남=이 농가는 4천81가구에 4만5천2백61명. 농업을 전업으로 삼는 농가 33만2백12가구 중 6천9백86가구가 농사를 포기했다.
▲강원=춘성군 신동면의 66년 경작면적 1천5백64헥타르에서 67년에 1백60헥타르(10.2%)가 줄었다.
농가구 수도 66년에 1천8백87가구이던 것이 2백23가구(14%)가 줄었고 이 농자는 1천8백1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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