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노교장의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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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일 경남 고성군하에서 일어난 어느 국민학교교장의 생활고자살사건은 온 국민에게말할수 없는 충격을 주었다. 그를 죽음의길로 몰아넣은 직접적인 동기는 16세의 장남을 비룻한 5명의 자녀교육비때문에 진 빚 25만원이라고 한다. 참으로 그에게 있어서는 자살로써라도 삶을 청산하지 않을 수 없는 대금이었겠으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하룻저녁 술값밖에는 되지않을, 그런 금액이라고 생각할 때, 온국민은 오늘날의 교원처우의 모순과 교원의 자녀교육의 무거운 짐을 새삼 실감치않을수 없을것이다.
교장이라하면 초·중등교원중에서는 그래도 나은 봉급을받는층에 속하는것인데, 그가 진 빛이 자녀의 대학교육을위한것도아닌 초·중등교육을위한것이었음을 전해듣는 국민으로서는 이것이 결코 김교장개인의 비극으로만 그칠수는 없는 문제라는 것읕 새삼 깨닫지 않을수없을 것이다.
교육대학을 나와 교장이 되려면 적어도 20年을 근속해야 되는데 죽은 김교장의 지난3월달봉급은 명목상 2만7백20원이었다고 한다. 이는 대학졸업후 취직한 국책은행원의 초임봉밖에는 되지 않으며 군인중에서는 소령의 봉급도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5년간을 근무한 일반교사의 봉급은 평균 1만2천80원꼴로서 이와같은 봉급기준은 같은 별정직공무원중에서도 가장 낮은것임을 새삼 놀라지 않을수 없올 것이다. 뿐만아니라 일부의 별정직공무원에게는 본봉외에도 여러가지 명목의 수당이 관급되고있는 실례가 허다함에도 불구하고 국민학교교사나 중등학교교사들에게는 이러한 특전마저 거의 하나도 주어지지않고있다.
도시초·중교사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67년도평균생계비가 2만4천2백40윈임을 참작한다면 그들은 결국 매달 1만2천원이상의 적자가계에서 허덕이고 있는실정인것이다.
이처럼생활에 쪼들리고, 자기가 졸업했고 자기가 가르치고있는 초·중등학교에 자녀를 보내기위하여 빚을 져야하고, 빚때문에 자살까지 하여야 하는 현실점에서 그들에게 교직자로서의 사명감을 요구한다는것은 차라리 잔인한 희생을 강요하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실정은 빚에 쪼들리다 못해 스스로 자기목숨을 끊음으로써 자신과 가족의 파멸을 가져온 김교장처럼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고서도, 해마다 교직을 제발로 걷어차버리고 나서는 자진퇴직자의 수효가 급격히 늘어나고있다는 사실로써도 증명된다.
생활고때문에 교직을 떠나는숫자는 통계숫자상으르도 기하급수적인 증가를 보이고 있다. 65∼66연도엔 국민학교교사의 퇴직율이 평균2.6%였던것이 67연도에는 4.2%로, 다시 67년8월조사에는6%로 늘어나고 68년1월 경기도의 경우는 12.2%로 늘어났으니, 이러다가는 현재만해도 심각한 국민학교교사부족은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고 정부가 내세운 의무교육5개년계획은 수포로 돌아같것이 명백하다.
자유중국의 장개석 총통은 국가의 장래는 국민학교교사의 손에 달렸다고 하고 국민학교교사의 대우를 대학교사와 같은 처우를 할 것을 강조, 이것을 실천하고있는데, 우리나라의 대학교수봉급도 평균은 국민학교교장봉급과 같다. 대학교수 조차도 대대로 물려받은 가옥을 팔고, 전세나 셋방을 전전하고있는 이때에 국민학교교사들의 생활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정부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있는 교육위기의 심각성을 정시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획기적인 교원처우개선책을 세워 주어야할 것이다.
대한교련도 고식적인 현상유지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교원연합과갈이 생존권보장을 위한 과감한 투쟁이 필요할 것이요, 각급 학교간에서도 상조적인 교육자 직계자녀의 교육비감면조치를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이와같은 비극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그것은 곧 민족적비극의 확대이외의 아무것도 아니기 매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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