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낙인 두려워 15%만 진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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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신질환자 낙인 줄이기 정책은 박형욱 단국대 의대 교수, 국립서울병원 하규섭(서울대 의대 교수) 원장, 서울아산병원 홍진표 교수 등 전문가와 정부가 1년3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 만들었다. 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 이중규(43·사진) 정신건강정책과장 등이 참여했다. 이 과장은 고려대 의대를 졸업한 예방의학 전문의다.

 -정신질환자 낙인이 어느 정도인가.

 “자녀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데도 부모들은 아이한테 불이익이 갈까봐 치료를 기피할 정도다. 고혈압·당뇨 약 먹는다고 차별받느냐. 우울증 약 먹는다고 민간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왜 법을 개정하려는가.

 “한국은 낙인이 찍힐 것을 우려해 정신질환자의 15.3%(2011년)만 전문가 상담과 치료를 받는다. 미국은 39.2%에 달한다. 병에 걸려서 첫 치료를 받을 때까지 84주(2008년)나 걸린다. 영국은 30주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병이 깊어진 뒤 병원에 가니까 오래 입원한다. 한국은 환자당 166일(프랑스는 6일) 입원한다.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런 낙인 때문이다.”

 -정신보건법을 개정해 정신질환자의 범위를 축소시켜도 국가공무원법에서 임용을 제한하는 경우는 어찌 되나.

 “차별을 받은 사람이 소송을 제기했을 때 달라진 정신보건법을 제시하면 훨씬 유리해질 것이다.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른 법률을 하나씩 따져 개선을 권고할 생각이다.”

 -건강보험 청구 때 F코드 를 없애고 진료기록에 남기면 낙인이 사라지지 않을 텐데.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진료기록이 있어야 한다. 제도를 바꿔 정신질환자 차별과 제한을 없애면 진료기록이 남아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정신질환자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고 산후조리원을 운영하게 해도 위험하지 않나.

 “지금도 정신분열병·재발성우울장애 등 운전을 할 수 없다고 전문의가 인정하는 사람에겐 운전면허가 발급되지 않는다. 경증 정신질환자는 지금도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번 조치로 운전면허 발급 대상자가 달라지지 않는다. 이번에 정신질환에서 제외하는 경증 질환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어 산후조리원을 운영해도 문제가 없다. 정신질환자들의 사건·사고를 걱정하는데 실제로는 일반인보다 적은 편이다.”

신성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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