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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곡은 무슨 색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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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악곡에는 저마다 어울리는 색이 존재한다. 모차르트의 곡은 무슨 색일까? ‘플루트 콘체르토 1번G장조’는 밝은 노란색과 오렌지색이다. ‘레퀴엠 D단조’는 어두운 푸른빛이 도는 회색이다. 특정한 곡에 어울리는 색이 따로 있으며 여기에는 개인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미국 UC버클리 연구팀이 ‘미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을 보자. 첫 실험에서 연구팀은 남녀 100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바흐, 모차르트, 브람스 등 유명 클래식 작곡가의 곡 18편을 들려주면서 그에 어울리는 색 다섯 가지를 고르게 했다. 주어진 색은 모두 37종으로 빨강, 노랑, 파랑, 녹색, 연녹색, 청록색, 보라색 등이 밝고 어두운 4단계로 제시됐다. 그 결과 사람들은 템포가 빠른 장조의 곡, 다시 말해 밝은 음악에는 밝고 생생한 노란 계통의 색을 고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템포가 느리고 단조인 곡, 다시 말해 슬프거나 우울한 곡에는 어둡고 흐리고 푸른 계통의 색을 연결 지었다. 참가자의 절반은 미국인, 나머지 절반은 멕시코인이었지만 문화적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어떤 곡을 듣고 있느냐에 따라 어떤 색채를 고를 것인가를 95%의 확률로 예측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연관성의 배후에 공통의 감정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후속 실험에서는 음악에 어울리는 얼굴표정을 고르게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장조의 밝은 음악에는 행복한 표정을, 단조의 가라앉은 곡에는 슬픈 표정을 연결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으로 얼굴 표정을 보고 색을 고르게 했을 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행복한 표정에는 노랑을 비롯한 밝은 색을, 화난 표정에는 어둡고 붉은 색조를 연결 지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예술을 이용한 심리치료, 컴퓨터에서 곡을 재생할 때 화면에 이미지를 나타내는 프로그램, 광고 등에 참고할 수 있다. 또한 음악을 들으면 자동으로 색채가 보이는 등의 ‘동반감각’ 질환에도 시사점이 있다. 영화 ‘솔로이스트(The Soloist)’에 등장하는 첼리스트가 그런 환자다. LA 심포니의 연주를 들으며 색채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본다. 화가 중에는 바실리 칸딘스키나 파울 클레가 음악-색채 공감각을 작품에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그림에서 음악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