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의 존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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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의 주변을 돌아볼때 귀한 인간의 생명이 어이없이 빼앗기는 현상을 우리는 너무도 자주 목도하고있다. 교통사고에 의한 끊임없는 사망자의발생, 까닭을 알수 없는 변사사건, 신문에 때때로 보도되는 전방에서의 폭발물사고, 심지어는 울부짖는 어린아들을 두팔에 껴안고 한강에 투신자살한 젊은 부부의 끔찍한 사건등등, 그실례는 일일이 예거하기조차 힘들만큼 많다.
그런데 우리국민의 이에대한 반응을보면, 죽음이라는 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인지, 우리사회 일반의 감각은너무도 무딘 느낌이 없지않다. 동포가 자동차에 다쳐죽든, 불에 타죽든, 또는 떼죽음을 당하든, 일가족집단자살을 하든 그것이 마치 예사일이나 되는것처럼 대단치도않게 여기는 풍조가 팽배하게 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의 촛점은 죽음이라는 사고 자체에 있다기보다 인간의 죽음을 이렇게도 대단치 않게 생각하는, 그 생명경시의 풍조에 있다할것이다. 생명경시의 풍조는 지극히 두려운 것이다.
첫째로 그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부인하는 것이 되겠기때문이며, 인간본래의 가치관을 무너뜨리는것이 되겠기 때문이다. 그러한 풍조가 팽배할 때 인권은 두말할것도 없고 보장없는 생명에 누구나 불안을 느끼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사실상 인권부재의 사회, 불안한 사회라는 것은 생각만하더라도 소름이 끼치는 암흑사회가 아닐수 없는 것이다.
둘째로 생명경시의 풍조가 두려운것은 사고의 미연방지책과 직접 연관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사람의 죽음을 중대시하느냐 아니하느냐는 그와 같은 사고를 되풀이하지않게 하는 대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생명경시의 풍조는 자연히 그대책마저 경시하게 하고 말것이며, 그렇게될때 그결과라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즉 죽음의 사고가 되풀이 되거나 확대될 수 밖에는 없을것이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죽음의 사고들의 거의 전부는 인위적으로 예방할수 있는 것들이라고 한다. 사고들은 만심·부주의·미숙등 여러 원인밑에서 일어나고 있다. 또 자식들의 죽음을 강요하는 집단자살의 경우는 빈곤도 문제이지만, 자녀들을 속물시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볼수있다.
따라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보다더 그 심부의 원인을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맨먼저 인명경시의 풍조를 지양해야할 것이다. 인간성의 존엄이란, 민주주의적인 새 가치관에 투철함으르써만 사고방지의 제도나 대책은 진지하게 구현될것으로 생각된다. 그렇지 않을때는 어떠한 대책도 지섭적인 치료책에 불과하다는것을 명심할 필요가있다.
따라서 우리는 인간의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는 새로운 민주주의적 가치관의 확립이 무엇보다도 급선무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이것은 제반사고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정신적인 일대동인이 될 것이다.
또 일가족 집단자살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자식이라 하더라도 독립된 인격이자, 독립된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와 같은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이 일신동체라는 관념아래 부모가 자식의 죽음까지 강요하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은 우선 법제도면에서도 시급히 불식하는 대책이 세워져야 할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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