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재능 나눔 잔치 … 여성 암환우들 미소 되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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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분당차병원 대강당에서 여섯 번째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여정의 서막이 올랐다. 이날 스킨케어 강연을 맡은 안은주 강사가 등장하자 분당차병원 유방암환우회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얼른 와. 얼른.”

 지난 13일 오후 분당차병원 ~대강당. 전화벨 소리에 김선희(49·성남시 중원구)씨가 화장을 멈췄다. “응. 지금 와도 괜찮아. 이제 시작했어. 기다릴게.”

김씨는 3년 전 유방암 선고를 받고 수술을 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인한 고통도 컸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을 주위 사람들에게 숨겨야 했던 것이 더욱 힘들었단다. 아직까지도 수술 사실을 친정어머니에게 말하지 못했다는 김씨. 치료 중 알게 된 환우 박미자(61·성남시 분당구)씨를 통해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에 참여하게 되면서 180도 달라진 모습이 됐다. 지금은 환우회 ‘분당핑크차’ 모임에도 꾸준히 참석할 정도로 활발해졌다. 김씨는 “자꾸만 변하는 외모 때문에 자신감이 줄어 암 발병 사실을 숨기게 됐다”면서 “캠페인을 통해 활짝 웃는 내 모습 자체가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한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AMOREPACIFIC Make up Your Life)’ 캠페인이 2013년 상반기 여정을 시작했다.

지난 13일 분당 차병원에서 시작해 오는 6월 25일 대구 영남대학교병원까지 총 25개 병원에서 두 달 여의 일정으로 전개된다. 이날 행사에는 여성암 환우 41명과 아모레 카운슬러 25명이 참여했다.

 행사의 시작과 함께 전광판에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2010년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 참가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환우 김지연(35)씨의 희망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었다.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서 ‘스킨케어’ 시간에는 피부관리법 및 미용 상식 등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 환우들은 마사지 동작을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따라했다.

 ‘메이크업’ 시간에는 교육강사 조민(26)씨가 환우 강명희(52·가명)씨를 모델로 선정해 직접 메이크업을 하며 화장법을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참가자 전원에게 가방과 교재, 헤라(HERA) 메이크업 제품과 프리메라(Primera) 스킨케어 키트로 구성된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키트’를 제공했다.

 “아이섀도는 안에서 밖으로 바르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안으로 모아주며 골고루 바를 수 있도록 합니다.” “볼터치는 활짝 웃었을 때 튀어나오는 광대 부분을 자연스럽게 칠해줘야 촌스럽지 않고 사랑스러워 보여요.”

“아유 예쁘다.” 환우 강명희(가명)씨가 메이크업 모델로 나서자 대강당에 모인 환우들이 소근거렸다. 메이크업에 앞서 강사가 강씨의 얼굴을 만지고 있다.

 
거울을 보며 화장이 뭉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그들에게서 아픔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소녀 같기만 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모레 카운슬러 500명이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자원봉사를 자청했다. 방문판매경로 아모레 카운슬러 6년차 윤순옥(54)씨는 벌써 4년째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고객 중에 암 환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어요. 같은 여자로서 마음 아프고 안타까워요. 이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서 참석하고 있답니다.”

 2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의 막바지 무렵. 환우들의 얼굴이 화사하다. 마음까지 밝아졌기 때문일까.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추억을 담아가는 환우들의 모습을 뒤로 한 채 병원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여성암 환우에게 메이크업 및 피부 관리, 헤어연출법 등과 관련된 노하우를 전달하는 프로그램. 서울 및 전국 주요 지역 2천 여 명 환우를 대상으로 상·하반기(5~6월, 11월)로 나뉘어 총 40개 병원에서 개최된다. 암 수술 후 2년 이내로, 현재 방사선 또는 항암치료 중인 여성 환우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병원 별로 30~60명 선착순 마감된다. 올해로 6년째인 이 캠페인은 그동안 8800여 명 여성암 환우 및 2300여 명 아모레 카운슬러 자원봉사자가 참가했다. 자세한 정보 및 참가방법은 캠페인 공식 사이트(http://makeupyourlife.net) 및 2013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운영국(02-6254-1699)으로 문의하면 된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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