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공사 나눠먹기 의혹 수사 … 검찰, 사상최대 인력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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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4대 강 사업 입찰담합 의혹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여환섭)는 15일 4대 강 사업 1, 2차 턴키 입찰에 참여해 공사를 진행한 1군 건설사 16곳과 설계업체 9곳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이날 새벽 법원에서 25개 업체의 본사와 지사 사무실 등 30여 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오전부터 종일 집행했다. 수사 대상 업체들에는 형법상 입찰방해 혐의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해 9월 ‘4대 강 복원 범국민 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이 건설업체 12곳의 전·현직 대표 16명을 담합 혐의로 고발한 지 8개월 만에 이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담합 관련 고발 사건은 지금까지 형사7부에서 수사해 왔으나 사건 규모 등을 고려해 최근 특수부로 재배당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는 중수부 폐지 이후 검찰 내 최고 ‘화력’으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전 정권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4대 강 사업에 칼을 빼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중앙지검 특수부의 첫 수사가 이명박정부 최대 토목사업을 겨냥한 것이다. 지금까지 4대 강 관련 고발 사건들은 대부분 형사부에 산발적으로 배당돼 특별한 진척이 없었다.

 이날 압수수색은 인력 260여 명을 동원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부서 9곳의 검사와 수사관들이 총출동했다. 사건을 맡은 특수1부 외에도 특수2·3부, 강력부, 첨단범죄수사1·2부, 금융조세조사1·2·3부 소속 검사와 직원들이 서울, 인천, 대전, 포항, 나주 등 전국 각지의 건설회사 사무실로 나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자료, 입찰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최근 출범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소속 검사들과 대검찰청 지원팀도 현장에 파견됐다.

 턴키 입찰은 설계와 시공을 한번에 수주하는 입찰 방식이다. 통상 가격점수와 설계점수가 3대7~4대6 비율로 정해진다. 이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서로 짜고 공사 구간을 ‘나눠먹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낙찰률(발주처의 예정가격 대비 최종 낙찰금액의 비율)이 대부분 90%를 넘는 점에 주목해 대형 건설사들이 낙찰가를 높게 받기 위해 담합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실제로 하천에 보를 건설하는 1차 공사는 2009년 6월 발주돼 주로 대형 건설사들에 돌아갔다. 같은 해 10월 발주된 2차 공사는 하천환경 정비 및 준설 공사로 나머지 중견 건설사들이 수주했다(표 참조). 앞서 공정위는 16곳 전부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혐의가 중한 대형업체 8곳에는 과징금 1115억여원을 부과했다.

 검찰이 시민단체가 고발한 1차 공사뿐 아니라 2차 공사까지 수사선상에 올리면서 수사가 단순 입찰 담합뿐 아니라 뇌물공여 등 다른 혐의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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