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입시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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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일 문교부는 69학년도 각급학교 입시지침을 확정발표했다. 수10만에 달하는 각급학교 진학희망자와 그 학부형, 교사들의 지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문제인만큼, 당국이 예년에 비하여 일찌감치 새해 입시의 요강을 결정하여 수험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는 성의를 보인 것을 우리는 우선 환영한다.
그러나 발표된 요강을 보면, 특히 중·고교입시의 경우 종래 총점의 40분의1로 배점했던 「체능」점수를 30분의1로 올린것과 반공도덕과목의 출제비율을 높이고, 체능특기자 선발에있어 육상특기자에게 우선권을 주도록한 것 이외에는 종전의 그것과 비해 거의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 없다는것이 중론인듯하다.
당국의 이와같은 방침은 첫째로 지난2년간 실시한 중학교입시문제의「교과서대로 출제방침」의 성과에 대해서 자기나름의 만족에 빠져있다는점과 또 지난번의「1·21」사건이래 새삼스럽게 대두된「반공도의교육의 강화」를 기하라는 시국의 요청을 어느정도 반영한것으로 볼수있으나, 우리나라 식자들의 한결같은 소망인 과외공부의 광풍일소에는 여전히 속수무책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일반에게 큰 실망을 안겨다주었다 할것이다.
지나친 과외공부의 광풍때문에 빚어진 갖가지 해독에 대해서는 이제 논의가 다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무교육으로서의 국민학교교육의 기형화와 이에 따르는 아동체위의 저하현상은 말할것도 없거니와 대다수 가정의 가계의 파산지경 이외에도 소위 일류학교에의 진학문제를 에워싼 갖가지 사회적 파동등이 꼬리를물고 일어나, 이와같은「망국적경향」을 일소하여야 한다는 소리는 은연중 국민이 가장 절실하게 요망하는 국가중요시책의 첫손에 꼽히고 있을 정도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최근 수년래「새싹회」,「대한어머니회」, 대한교련, 사회정화대책위등 광범한 민간사회단체와 각언론기관까지가 가세한 일대「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었을뿐 아니라, 그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해서까지도 많은 건설적 의견이 개진되었던 것으로 안다. 특히 작년10월에 문교부가 개최한 좌담회에서는 학부형, 교육학자, 언론기관관계자등 각계 대표자들로부터 한결같이 69학년도부터는 적어도 중학입시만은 단연코 폐지하는 방향에서 각급학교 입시정책을 재조정하도록 문교정책의 일대전환을 바라는 여론이 직접 문교장관에게 전달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중학입시에 대신하는 전형방법으로서 국민학교 전아동에 실시하는 지능검사와 적성검사의 결과를 활용하는한편 중학교에 학구제·학교군제 및 추첨제등을 병용케할것과 그밖에도 종래의 소위「일류학교」에 따라다니던「네임·프레스티지」를 없애기 위한 지역별 수자서열방식의 학교명사용방침등이 함께 실시된다면 말썽많은 과외공부의 추방문제는 당장에라도 해결된다는것이 교육학자 및 일반식자의 일치된 견해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문교당국이 이와같은 여론을 외면한채 구태의연한 입시방침을 고수하고 있는것은 이 문제가 이미 문교당국의 행정능력으로써는 해결할 한계를 넘은것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음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3월중에 발족키로 예정돼있는 대통령직속하의「교육심의위」는 무엇보다도 먼저 이 문제에 대해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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