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재 싸이더스 대표 동국대 영화학과 교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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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8월의 크리스마스''봄날은 간다''살인의 추억'…. 지난 10년간 한국 영화사에 뚜렷한 획을 그은 이들 작품은 모두 차승재(45) 싸이더스 대표의 손에서 태어났다. 손꼽히는 영화 기획.제작자인 그가 이번엔 사람을 키워보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봄 학기부터 동국대 영상대학원 영화영상학과 부교수로 임용돼 1주일에 9시간씩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아직 대학 영화학과에서 기획.제작 과목은 불모지나 다름 없습니다. 연기나 연출과 달리 학문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아 영화 현장 출신들이 강의할 수밖에 없는데 다들 바빠서…."

그렇다면 1년에 세 편 이상씩 영화를 만들어내는 차씨는 바쁘지 않다는 소리인가. "현장 일은 대개 오후에 시작되니까요. 오전 시간을 비워 학생들에게 할애하기로 한 거죠."

심드렁하게 얘기했지만 교수 일은 그의 생활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강의가 있건 없건 매일 학교에 오전 8시까지 출근하기 때문이다. 소주 세 병을 마시고도 '2차'를 부르짖던 그가 요즘은 금요일을 빼곤 술을 마다한다.

"그래서 몸이 더 좋아졌어요. 가르친다는 핑계로 학생들에게서 젊은 감각도 배우니 참 좋습니다."

한국외국어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한 차씨는 동국대의 첫 학사 출신 교수다. 그의 전문성을 대학 측에서 높이 샀다는 얘기다. 옷가게와 카페를 운영하다 1990년 영화판에 뛰어든 그는 한국 영화의 1세대 프로듀서로 꼽히는 신철.안동규.유인택씨를 모두 사사했다. 그래서 자칭 '충무로대 영화과' 출신이라 한다. 95년 우노필름(싸이더스의 전신)을 차린 이후 30편의 영화를 제작해 개봉했고 현재 5편을 작업 중이다. 머잖아 이태원 태흥영화사 대표의 국내 최다 제작기록(36편)을 따라잡을 참이다.

"제가 만든 영화 중엔 1000만 관객을 동원하거나, 한류 스타가 출연한 건 한편도 없어요. 남들 다 하는 방식은 괜히 싫더라고요."

감독도, 스태프도 신인을 키워 쓰는 것으로 유명한 차씨는 "좋은 제자가 눈에 띄면 기꺼이 영입하겠다"고 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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