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속의 한국화가|순수조각가로「상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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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체미중인 금향안여사가 최근에 보내온『미국속의 한국화가」에 관한 제1신이다. 김여사는 63년에 도미한 여류수필가이며 미술평론가이다.

<프래트미술학교조각과장 배영철씨>
작년 말「뉴요크」현대미술간과 몇집 건너 나란히선 현대 공예관에서 『종이를 소재로 한
국제미술전』(페이퍼·쇼)이 열렸다. 여기서 재미한국인 젊은 기술자「잔·배」즉 배영철씨의 작품을 대하게 된 것은 유쾌한 일이다.
이 국제전은 각기 재미나는「아이디어」의 조형예술품-종이로 집을 지을수있고 가패와 생활도구·옷·모자·신발까지도 종이로 만들 수 있다는 재미있는 전시회다. 보기에 아름답고 실질적으로 염가로 공간의 간막이가 된다는 점에서 미국에서는 대단한 인기이며 또 비싸게 팔린다.
그 중에도「잔·배」의 몇 점 작품은 단연 상급으로 지목됐고 이곳의 여러 신문·잡지에서 게재소개했다. 상업미술이 성한 미국에서 그가「디자이너」로서「아이·디어」를 판다면 거액을 별수 있겠으나 그는 상인상대를 가장 싫어한다고 했다.「잔·배」는 지금 국제적으로 알려진 미국 유일의 미술학교「프래트·인스티튜트」의 조각과 과장으로 그 실력이 인정되어있다. 그는 순수조각가를 지향하고 있으며, 타고난 재능과 현재의 조건이 앞으로 여기서 「데뷔」할 수 있는 가능성과 크게 발전할 작가임을 굳게 믿게 한다.
「그룹」전에는 참가한바 있으나 내년 초쯤 첫 개인전을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
「뉴요크」에 처음 왔을 때 75년의 역사를 지닌「프래드」미술학교에서 개교이래 가장 뛰어난 성적으로 대학원을 나와 강사로 남아있는 한국 고아가 있다고 들었다. 얼마 후 어느 예술가의 모임에서 그는 「클라리넷」의 명수여서 학생시절에 그걸로「카바레」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더라는 말을 듣고 한층 기대와 호기심을 갖게됐다.
그를 만난것은 66년봄. 조각과 졸업생 작품전 에서였다.
그의「아트리에」를 안내 받았는데, 그가 최근에 시도하고 있는 것은 가는 철사로 자유로운「포름」을 만든「웰딩」작품이 거의 완성 돼가고 있었다. 달걀을 연상시키는 철사몇점은 몽글몽글한 흰「플라스틱」제품. 꽃송이 같기도 하고 봉오리 혹은 열매 같아서 피고자하는 또는 익고자하는 희망과 꿈이 거기 가득 실려 있었으며 어디까지나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체취가 강하게 풍겼다. 더구나 학생시절은, 작품들은 한층 강렬한 꿈이 어려 그 때문에「슈르」가 섞인 환상적인 느낌이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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