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산재 사상자 세계 1위' 이젠 벗어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10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 5명이 심야 작업 중 아르곤 가스 누출로 숨진 사건은 산업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현장에선 가스 누출에 대비한 산소마스크나 가스감지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대제철의 협력업체 ㈜한국내화 측이 사고 근로자들에게 안전장비를 완벽히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관리자가 안전조치를 철저히 취했더라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고는 안이한 안전의식과 부실한 관리·감독이 빚어낸 인재라고 할 수 있다.

 원청업체가 유해위험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긴 구조적인 문제도 이번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방식을 취하면 하청업체가 공사기간을 앞당기기 위해 안전지침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서둘러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를 막으려면 산업안전보건법을 고쳐 유해위험작업의 사내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하청을 줄 경우에도 안전관리는 원청업체가 책임지게 해야 한다.

 산업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2010년 이후 추락·가스누출 등 각종 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10명이 넘는 근로자가 숨진 문제 사업장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지도, 기업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도 않았다. 현대제철뿐만 아니고 지난 3월에는 여수산업단지 대림산업 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6명이 목숨을 잃는 등 최근 들어 대기업에서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사고 기업들은 말로만 사과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안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산재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문제 사업장들에 대해 대대적인 특별근로감독을 해 기업의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젠 산재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재 사상자 1위’라는 소리를 언제까지 듣고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