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과 신고에 근거한 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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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고법 특별부는18일 『법인세법시행규칙 제12조2항 3호는 시행규칙으로서의 제정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며 실질과세원칙과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하여 제정된 무효의 규정』이라고 판시하였다.
재판부는 법인세법이나 그 시행령에서 전혀 언급이 없는 「정부조사결정에 의한 소득금액과 법인의 공표소득금액과의 차액에 관한 규정」을 둠으로써 세무서로 하여금 그 차액을 무조건 법인대표자의 상여 (소득)로 간주케 하여 과세의 원천으로 한 것은 위법이라고 해석한것이다.
이에 대하여 국세청은 법인세법과 동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비추어보아 정부의 인정결정이 세법상 시인되고있으며 이러한 경우 인정결정소득액과 회사의 공표소득액과의 차액이 생길 수 있고 본법에 이 차액을 인정상여로세금을 부과하라는 규정은 없으나 차액인 소득이 발생한 이상 논리적으로 보아 어디엔가 이 소득이 처분되었음은 분명하므로 회사의 대표자가 이 소득을 처분했다고 인정하는 것은 그대로 타당하다고 맞서 대법원에 항고할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이 고등법원의 판결은 인정과세제도에 대한 중대한 문젯점을 표현한 만큼 많은 논쟁이 있을 줄 안다. 그러나 재판부가 정부조사결정에 의한 소득금액과 법인의 공표소득금액과의 차액에 대해 법인대표자의 소득으로 규정한 시행규칙은 법의 근거가 없으며 그 차액을 무조건 법인대표자의 상여로 본 것은 실질과세원칙에 위반되고, 그 차액을 법규정 없이 소득으로 보아 과세의 원천으로 삼은 것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과세를 할 수 없다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한다고 해석한 것은 타당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국세청의 주장도 실질적인 소득의 처분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수긍이 간다. 그러나 실질적인 소득의 분배가 행해졌다는 확인이 없이 논리만을 내세워 시행규칙에 의하여 대표자의 상여로 간주한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비록 법인세법제28조1항과 법인세법 시행령제32조1항2호가 법인의 소득금액을 정부가 조사하여 이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는 있으나 그 소득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가에 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시행규칙은 조세법률주의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법인의 소득금액의 인정결정을 법인세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상여로 보아 갑종근로소득세의 대상으로 본 점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법이론은 차치하고라도 인정과세는 조세법률주의의 윈칙과 양립되지 않는 만큼 조속한 폐지가 요망된다. 국세청은 세법개정을 통하여 신고를 정확히 하도록 강조하고 정확한 신고에 따르는 과세를 함으로써 인정과세의 적폐를 없애도록 노력하여야할 것이다. 법인에 대한 종합소득의 신고와 조사의 철저를 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 하루 빨리 신고에 근거한 과세와 법률에 근거한 과세라는 명랑한 세정이 확립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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