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패션몰 남아돌고 온라인에 고객 뺏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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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동대문 패션타운의 역사는 190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직물과 포목을 주로 팔았던 당시 광장시장이 현재 동대문 상권의 효시다.

1961년 근대화된 평화시장이 문을 열면서 의류 생산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된다. 때맞춰 시작된 수출촉진 정책으로 동대문 안에 소규모 봉제공장들이 생겨나고, 전국에서 상인들이 물건을 사러 오는 도매 산지로 부상한 것이다. 69년 신평화패션타운이 생기고 영캐주얼 도매 상당수가 남대문에서 동대문으로 이동하면서 남대문은 아동·수입·주방용품, 동대문은 영캐주얼·여성패션 등으로 상권의 분화가 이뤄졌다.

 도매 위주던 상권이 획기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96년. 동대문에서 최초의 현대화된 쇼핑센터 1호로 정부 지정을 받은 거평프레야(현 케레스타)가 96년에, 밀리오레가 2년 후 문을 열었다.

대기업 두산이 99년 두타를 완공하면서 임대료를 받는 방식으로 소매 패션업주들을 입점시키자 프레야와 밀리오레까지 영업방식이 소매 위주로 변화했다. 몽골·러시아·일본·중국에서 온 보따리 상인들이 도매 시장뿐 아니라 소매 시장을 찾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동대문의 패션몰 분양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전국적으로 동대문 형태의 패션몰 건설과 분양 붐이 일기도 했다. 동대문 관광특구협회 관계자는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는 동대문을 지나다닐 때 어깨를 부딪히지 않고는 걷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2년 이후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패션몰 공급 과잉에 온라인에 고객을 빼앗기면서 상권 전체가 활력을 잃기도 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라모도와 패션TV는 다 지어놓고도 상인들이 들어오지 않아 문을 열어 보지도 못하고 빈 건물로 남았다. 이 가운데 하나인 패션TV가 이번에 롯데의 쇼핑몰로 재개점하는 것이다. 굿모닝시티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문은 열었지만 아직도 상당수 점포가 공실로 남아 있다. ‘케레스타’는 지난해 말 1257억원에 파인트리자산운용에 팔리면서 비즈니스호텔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2006년부터는 전문화를 통해 옛 모습을 어느 정도 찾아가고 있다. 유어스와 APM럭스·실크로드 같은 신흥 도매상가들이 동남부에 잇따라 문을 열었다. 현재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짓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가운데 놓고 전통 재래시장, 동북부 도매시장, 신흥서부소매시장 등으로 상권이 세분화하는 추세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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