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어린이집, 집단행동 거두고 투명 운영 나서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일부 어린이집 원장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경찰에 협조한 보육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돌린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비리를 고발한 보육교사들이 다른 어린이집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담합해 입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저질 급식, 아동 학대, 특활비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들이 부실 운영을 반성하기는커녕 제보자 색출과 입단속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운영 비리와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간어린이집 관계자들이 최근 모여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선 보육 거부나 어린이집 인가증 자진 반납 등 단체행동에 나서자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이들이 단체행동을 한다면 이는 아이들을 볼모로 수사 중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집단행동은 오히려 어린이집의 투명 운영과 품질 관리가 왜 그토록 중요하지를 잘 보여주게 될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린이집의 부실 운영에 분노해 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들을 안심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당장 전국의 어린이집 현장을 점검해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고 보호하는지, 문제 행위는 없는지, 보조금을 정당하게 청구하고 이를 올바르게 쓰는지를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 만일 문제가 적발되면 즉각 시정토록 하는 것은 물론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 조치해야 한다. 특히 정기적으로 평가 인증을 해서 아이들을 맡을 자격이 부족하면 과감하게 문을 닫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들이 정부의 인증을 믿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어린이집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이런 횡포가 만연하는 것이다. 보육당국은 어린이집의 충분한 공급이 이뤄지고 상호 경쟁 속에 보육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특히 투명 운영을 위한 정책과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어야 새 정부가 추구하는 안전사회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