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토나·베컴·호날두·박지성 … 퍼거슨이 키운 맨유의 선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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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철저한 선수 관리로 제자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퍼거슨의 첫 전성기를 이끈 선수는 프랑스 출신 에릭 칸토나(47)였다. 그는 1992년 11월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맨유로 유니폼을 갈아입자마자 92~93 시즌 리그 우승을 이끌며 ‘퍼거슨 시대’를 열었다. 그는 거친 상대팀 관중에게 날아차기를 한 일명 ‘쿵후킥’ 사건 등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지만 퍼거슨 감독의 세심한 조련 아래 톱 선수로 떠올랐다.

 퍼거슨 감독의 역사에는 ‘퍼기의 아이들(Fergie’s Fledglings)’이 있었다. 데이비드 베컴(38·파리 생제르맹)은 이들 중에서도 퍼거슨 감독과 가장 애증이 깊다.

베컴은 93년 맨유에서 데뷔해 10년 동안 프리킥의 마술사로 이름을 날리며 맨유의 황금기를 열었다. 그러나 2003년 2월 아스널과 경기 하프타임 때 퍼거슨 감독이 축구화를 걷어차 베컴의 눈 위에 상처를 입혔고, 이것이 단초가 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그래도 베컴은 퍼거슨에 대해 “축구를 존중하고 자신의 몸과 자신이 하는 일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친 분이다. 그는 아버지와 같은 분”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03년 7월 맨유로 이적해 퍼거슨과 여섯 시즌을 함께 보냈다. 거친 원석이었던 호날두는 퍼거슨 감독의 조련 속에 세계 최고 선수로 성장했다. 2009년 7월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뒤에도 호날두는 퍼거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맨유 복귀설’이 나돌기도 했다.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처음 인정한 동양인이었다. 2005년 7월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박지성을 데려왔을 때 현지 언론에서는 ‘유니폼 판매원’이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퍼거슨은 “박지성은 모든 면에서 우리를 기쁘게 하는 선수다. 양발을 사용하는 것도 훌륭하고 맨유에 힘을 불어넣을 자원”이라며 칭찬했다. 퍼거슨의 신뢰 속에 박지성은 7년 동안 맨유의 산소탱크로 맹활약했다. 지난해 7월 박지성이 QPR로 떠났을 때 퍼거슨은 “내 손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선수인 박지성을 다른 팀으로 보내자 아직도 내게 말을 하지 않는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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