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내일 예산처리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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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선거부정 특조위법」입법과 예산안처리를 둘러싼 공화·신민 양당의 극한대립으로 8일째 마비상태를 계속하고있는 국회의 기능정상화를 위해 여·야 총무단은 회기만료 나흘을 남긴 26일 상오10시 반 국회의장실에서 마지막 협상에 들어갔으나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회담개시 1시간20분만인 11시50분 사실상 결렬, 각각 충돌태세를 갖춤으로써 27일께 여·야의 격돌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유진오 신민당 대표위원과 김종필 공화당의장의 25일 회담에서 주선된 이날의 총무회담은 현안문제의 일괄타결을 시도했으나 「특조위법」입법방향을 둘러싼 의견대립을 좁히지 못해 결렬된 것이다.
총무회담이 결렬된 뒤 김영삼 신민당 총무는 공화당측에서 아무런 새 타협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특조위법중의 강제수사권과 사퇴권고를 받은 의원의 의원사직보장을 여당이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되풀이하게되어 회담은 결렬되었다고 말하고 앞으로는 어떤 여·야 회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도 마지막 협상이 결렬되었으므로 당초방침대로 27일부터 예산안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의사당에서 8일째 농성을 계속하고있는 신민당소속 의원과 예산처리를 강행하려는 공화당소속 의원과의 국회본회의장 충돌이 불가피하게 된 셈이다.
「특조위법」입법 중 여·야의 대립점은 ①특조위의 강제수사권 부여 ②사퇴권고 결의를 받은 의원의 사직보장이라는 두 가지에 좁혀졌었는데 공화당은 의원사퇴 보장문제는 특조위법 제정특위의 「부대각서」형식으로 해결하고 특조위 강제수사권은 신민당측이 철회하는 선에서 협상을 성립시킬 것을 제의했으나 신민당은 의정서에 따라 두 안이 모두 관철되고 또 새해예산안통과 전에 특조위법 입법을 끝낸다는 보장을 요구, 회담은 성과를 보지 못했다.
또 공화당측은 특조위법 입법방향은 따로 여·야 중진회담을 열어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으나 신민당측은 현안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박정희 대통령과 유진오 신민당수의 회담이라면 유익한 것이 될 수 있지만 중진회담은 불필요하다고 주장, 총무회담 외의 다른 「여·야 회담」은 성립되지 않았다.
이날 여·야 총무회담이 결렬되자 8일간의 야당농성기간 중 처음으로 공화당소속 의원 50여명이 국회본회의장에 들어와 국회경위들에게 본회지장을 정리하라고 소리지르는 등 농성중인 야당과 맞섰는데 신민당소속 의원들은 단상 입구에 마련되어있는 국무위원석에 집결, 단상에의 길을 막았고 공화당은 의원석에서 대치했다.
국회경위들은 공화당의원들의 지시에 따라 의석을 정리하려했으나 신민당의원들이 이를 막아 단상에 쌓아놓은 의자는 내리지 못하고 의석일부만을 정리했는데 단상의 의자정돈을 놓고 여·야 의원간에 언쟁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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