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취재일기

애국가 안 부르는 통합진보당의 모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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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하선영
정치부문 기자

국가보훈처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배제하고 공식 추모곡을 공모하고 나서자 야권이 들썩이고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국민의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민중의례’를 해온 통합진보당의 반발이 거세다.

 오병윤 원내대표는 6일 기자회견을 열어 “5·18이라는 살아 있는 역사를 죽이지 말라”면서 “국민통합이라는 박근혜정부 정치철학과도 맞지 않다”며 비판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민주화운동을 오롯이 상징하는 노래입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이미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것이며, 나아가 지난 민주화운동 전체를 송두리째 거부하겠다는 것입니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에는 ‘5·18 민주영령들을 욕보이고 유족들과 민주시민들의 마음에 대못을 박겠다는 행태’이자 ‘망동’이란 표현도 담겼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통합진보당의 주장처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빠지지 않고 불려 온 만큼 그 상징성을 무시할 순 없다. 보훈처가 이 노래를 부르는 걸 불온시하는 마음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분명 경직된 자세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통합진보당의 반발이 납득이 간다는 뜻은 아니다. 통합진보당은 바로 ‘애국가’에 대해 그런 경직된 자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애국가’가 대한민국 정당 중 유독 통합진보당에서 괄시당해왔음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지난해 7월 강기갑 전 의원, 심상정 의원 등이 지도부 출범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부른 게 민노당 시절까지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었을 정도로 말이다. 이석기 의원은 지난해 “‘애국가’는 국가(國歌)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

 심 의원 등이 탈당하고 ‘애국가’는 통합진보당에서 다시 사라졌다. 이정희 대표 등 3기 지도부는 지난 3월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만 제창했다. “왜 그때 ‘애국가’를 부르지 않았느냐”고 기자가 묻자, 홍성규 대변인은 “원칙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당 자체 판단의 범주 안에 속하는 문제”라고 모호하게 대답했다.

만약 통합진보당이 ‘애국가’를 존중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언급했다면 보훈처에 대한 비판이 더 설득력이 있었을지 모른다. 왜 당 행사에서 꼭 ‘애국가’를 불러야 하느냐고 통합진보당이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애국가는 대한민국을 오롯이 상징하는 노래입니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며 나아가 지난 대한민국사 전체를 송두리째 거부하겠다는 것입니다.”

하 선 영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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