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정상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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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일요일「해럴드·홀트」수상이「스킨·다이빙」(잠수)중 불의의 참변을 당했다는 보도는 이미 잘 알려진 바 있다. 오는 22일에는「멜버른」에서 그의 장례식이 거행되게 되었으며 그보다 하루 앞선 21「캔버라」에서는 장례식에 참가하기 위해 회동한 우방수뇌 특히 월남 참전국 수뇌들의 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전하고 있다.
박 대통령도 20일 호주로 향발하게 되었거니와「캔버라」에서 회동할 월남 참전국 수뇌들이 일련의 회의를 가지게 되면 이는 작년 10월「마닐라」정상회담이래 두 번째 가지는 참전국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홀트」호 수상의 장례식을 계기로 돌연히 열리게 될 참전국 회담이지만 때가 바로「홀트」수상의 서거라는 애도의 분위기 속에서 개최되는 것이므로 그 회담 역시 엄숙한 인장을 가지게된다.
주지되어 있듯이「홀트」수상은 우리 한국의 친근한 우방 호주의 지도자였을 뿐만 아니라 ASPAC 또는「마닐라」정상회담과 더불어 바야흐로 태동하기 시작한 아세아·태평양 시대 형성의 중추적인 공헌을 한 분이다. 중대한 시대에 중대한 동반자를 잃은 관계 우방국들의 슬픔도 지대한 것이지만 차제에 관계 수뇌들이 결속과 협력을 다시 한번 다짐해보는 것은 고「홀트」수상의 공헌을 더욱 빛낼 수 있는 계제가 될 것이다.
또한 이번 회담은 작년 10월의「마닐라」정상회담이래 1년여만에 개최될 것이지만 이미 다짐한 것을 재평가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회담의 의제와 형태는 아직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자연 월남문제가 중요문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마닐라」정상회담에서는「아시아」태평양지역의 관계국이 무엇을 할 것이며 또 어떤 목표를 지향해서 나아갈 것인가를 두개의 공동선언으로 천명한 바 있고 월남정책에 대해서는 공동성명서로 발표한 바 있었다. 이제 월남문제의 양상은 작년과도 달리 적지 않게 변모되었다. 공동성명서에서 지적된 것처럼 민정이란 계획이 실천되었고 군사정세 또한 진전된 것이 있다.
그러나 전쟁종결은 아직도 그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바야흐로 한정된 현 전략으로 현상을 유지하느냐, 그 전쟁을 더욱 확대하느냐. 또는 적극적인 협상「무드」를 조성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보겠다. 특히 이 문제는 내년 미 대통령선거와 연관해서 그 귀추에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참전국의 빈틈없는 공동보조가 필요하다.
이는 어느 정세에 직면해도 유리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4만8천 명의 국군과 1만여의 기술자를 파견하여 월남전쟁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일련의「캔버라」회담에서는 한국의 방침이 천명될 것으로 보지만 특히 한·미 개별회담이 있을 경우에는 우리 국민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몇 가지 문제가 밝혀지기를 바란다. 그 첫째는 용역단 또는 군수지원 단의 파견 문제이며 또 하나는 이미 미국이「브라운」각서로 공약한 한국에 대한 군·경 지원의 강화 문제이다.
이는 정상적인 외교경로에서 토의된바 있지만 한·미 양 수뇌회담은 이러한 것을 결정적으로 타결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또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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