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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가불세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국민이 실은 무감히 바라보던 국회의 공전이 방금 톱니를 돌리기 시작하였다. 제대로 직분을 다하기를 빌 뿐이다.
작금의 짤막한 [뉴스]에 의하면 6대 국회의원 몇 분이 세비에서 가불을 얻어 그것을 묵과하려다가 결국 제소되어 마침내 법정은 환불 조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회의원이 별다른 사람이 아니고 우리 국민이나 다름없고 세비에서 빚을 지든 개인에게서 빚을 얻든 의당 갚아야한다는 것이다.
왕왕 국회의원이 그 소임의 중요성으로 해서 몇 특권을 받는데 그로 해서 그들이 국민의 한사람이 아닌 줄로 오인하는 수가 없지 않다. 나는 영국에서 의원들이 주차위반으로 벌금판결을 받는 기사를 번번이 읽었다. 한편 그가 월 또는 연소득으로 생활을 영위하는데는 국민의 예외가 아니다. 그렇게 보면 이 몇 분의 국회의원들은 의원으로서의 수입이 그 지출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인데, 말하자면 부족을 충당할 딴 가업이 없이 지출 일변도의 의원생활을 그릇 시작하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세비로 꼬박 의원생활을 한다고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그렇다면 이 몇 분 의원은 돈 없이 의원생활을 한 것이 잘못이라 치고 당시의 2백명의 의원은 어찌 그 적은 세비로 가불을 남기지 않고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까. 그 모두가 한결같이 영국의 보수당의원들처럼 가산과 가업으로 충당한 것일까. 그러고 보면 이 몇 의원이 유달리 고지식해서 또는 잡충당금을 만들지 못했다는 선의의 해석도 할 수 있다.
오히려 내 생각에는 이렇게 세비의 가불에 허덕이는 의원이 많았으면 한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생활실태를 그대로 대표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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