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 이주영 '원박' 최경환 누가 웃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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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과반(154석) 여당인 새누리당의 새 원내권력이 15일 탄생한다. 새누리당은 6일 최고위원회를 열어 원내대표 경선 날짜를 이렇게 확정했다.

 마침 민주당도 이날 새 원내대표를 뽑을 예정이어서 같은 날 원내 1, 2당이 모두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게 됐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TK(대구·경북) 출신 최경환(3선, 경북 경산-청도) 의원과 PK(부산·경남) 출신 이주영(4선, 경남 창원 마산합포) 의원의 양자 대결 구도다. 최 의원은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PK 출신의 김기현(3선, 울산 남을) 의원을 내세웠고, 이 의원은 TK 지역의 장윤석(3선, 경북 영주) 의원과 손을 잡았다. 상대 후보 지역을 공략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최 의원은 행시 출신의 경제관료 출신이며, 이 의원은 사시 출신의 판사 출신이라는 점도 대비되는 포인트다. 하지만 최 의원이 이 의원보다 우세하다는 평가 속에 한때 ‘최경환 추대론’이 거론될 정도로 경선은 싱거운 승부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이 의원이 원내대표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각을 세우는 바람에 요즘 부쩍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변 가능성을 거론하는 이도 있다. 이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의원을 겨냥해 “(박 대통령과) 관계가 오래됐다는 것은 잘될 수도 있겠지만 시키는 대로만 하는 관계로 보일 수도 있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도 “민주당도 쇄신에 나서고 있는 판에 (최 의원이) 자칭 ‘박심(朴心)’을 이용해서 원내대표를 하려는 것은 쇄신 대상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집권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면 청와대에 할 말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무엇보다 대통령과의 인간적 신뢰가 중요하다”며 “나는 대통령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일했기 때문에 당청 관계를 원만히 조율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원조 친박’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지냈고 지난해엔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을 맡는 등 오랫동안 박 대통령과 꾸준한 신뢰 관계를 쌓아온 게 최대 강점이다. 박근혜계 핵심 인사들 사이에선 암묵적으로 최 의원을 미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리더십이 있고 친화력도 좋아 비주류 인사들과도 관계가 원만한 편이다. 최근까지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낸 이명박계 출신의 김기현 의원을 영입한 것도 득표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하지만 선수(選手)가 3선으로 이 의원(4선)보다 낮은 데다 ‘박근혜 직계’의 독주에 대한 당내 일각의 견제 분위기가 변수다.

 이 의원은 원래는 중도파였으나 2011년 말 ‘박근혜 비대위’ 출범 때부터 당 정책위의장으로서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온 ‘신박근혜계’ 인사다.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내대표 도전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라 그동안 갈고닦아온 고정표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경제민주화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는 최 의원에 맞서 “경제민주화는 당초 약속대로 실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들과 소장파 의원들을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당내에선 현 황우여 대표가 판사 출신인데 원내대표까지 같은 판사 출신인 이 의원이 되는 건 부담스럽다는 말이 나온다.

김정하·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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