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적 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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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 중학교의 교문들은 1년에 한차례씩은 으례 큰 수를 받는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산해진미는 된다. 이른바 일류중학교쯤 되면 교문은 말이 아니다. 엿공장 대문인지 찹쌀떡집 간판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철썩 붙으라』는 입시미신이다.
엿은 자료에 따라 맛도 다르지만, 빛깔도형형색색이다. 수수엇은 암갈색이고 맛은 탁탁하다. 감자엿은 거무튀튀한 빛이다. 옥수수나 찹쌀은 사뭇 호박색이 나며 투명하고 곱다. 그런 엿들이 덕지덕지 범벅이 되고보면, 좀 실례지만 현대추상화나 진배없다. 게다가 흰엿, 깨엿까지 문질러지면 그림은 한층 더 오묘해진다.
「입시추상화」의 「마티에르」(재료)는 또 있다. 이번엔 찹쌀떡 김밥 부적까지 한몴 낀다. 어느 중학교 교문에는 동장열쇠까지 붙어 있더란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두 개씩이다. 하나는 필답고사용, 또하나는 예체능고사용.
그 북새통에 촛불을 밝히고, 정안수까지 한 대접 떠놓고 너부죽이 큰 절을 하는 노파까지 있었다니, 이쯤되면 교문은 신주격인가.
미신은 우리나라에만 유별난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젊은여성들은 길바닥에서 남자옷의 단추를 주우면 운수대통으로 안다. 불임여성은 남자옷을 입고다니면 아기를 낳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영국외상 브라운의 딸 파트리시아양은 지난 10월 13일 금요일에 결혼하며 『미신에 도전하는 우리의 행복을 보라』고 위세를 올렸다. 이직 그들의 행복을 확신할만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영국에는 성명의 두문자가 「A-R그룹」이면 「S-Z그룹」보다 2배나 장수한다는 미신도 있다. 이것을 확인하는 보고서가 금년가을에 「들바·웨스턴」박사에 의해 영국의사협회에 제출된 것은 실소를 자아낸다. 서구인들이 노느면에서는 우리보다 더 콤플렉스(억압된 편견)덩어리인지 모른다.
한국의 입시미신은 이젠 중학교 뿐이 아니다. 대학이나 고교는 물론이고 국민교 교문까지도 신주처럼 되어간다. 멀지않아 유치원의 원문 앞에서도 촛불을 켜고 큰절을 해야할 날이 올것같다.
행운과 우연보다는 원인과 결과의 편이 훨씬 과학적이고 실증적이다. 후자에만 기대를 거수없는데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딜레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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