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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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교통순경과 운전사와의 승강이는 이따금 등에 땀이 날 때가 있다. 분명히 한쪽에서 고집을 부리는 것이다. 때로는 윗통을 벗어 던지는 운전사도 보았다. 이때 순경의 난감한 얼굴이라니 민망해서 볼 수가 없다. 오죽하면 윗통까지 벗으랴 싶어 은근히 운전사 편을 들게도 된다. 한번은 미도파 앞에서 좌석버스를 세운다. 승객들은 우르르 내릴 채비를 하고 있었다. 교통순경은 난데없이「정원초과」라는 것이다. 운전사는 아니라고 버틴다. 그 동안 승객들은 버스 속에 꼭 갇혀서 그 시비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좀처럼 승강이는 끝이 나질 않는다. 어느 열혈 신사가 순경에게 삿대질을 한다. 이번엔 불티가 이쪽으로 튀었다.「미도파」이후의 승객들은 그날하루가 온통 우울했을 것이다.
어느「택시」운전사는 요즘 시세가 2백원 이상이라고 말한다. 무슨 시세인가. 교통순경과의 흥정이 건당 그렇다는 이야기다.
신촌「로터리」에서 역시 아침에「택시」가 걸렸다. 신호위반. 사실은 앞차들을 서둘러 보내면서 그「택시」에도 똑같은「사인」을 했던 것이다. 순경은 부득부득 정지 손짓을 했다고 우긴다.
실은 그는 마치 빗자루 질이라도 하는 듯이 팔을 움직이고 있었다. 엄격히 말하면 그 손짓은 무엇을 신호하는지 분명치가 않았다. 정작 그「택시」가 정지를 했던들『왜 가지 않았느냐?』고도 트집 할 수 있었다.
뱃심이 없는 그 운전사는 별 수 없이 빨간딱지를 받았다. 그의 말로는 교통순경에게는 하루 몇 건의 빨간딱지, 또 몇 건의 흥정이 의무적으로 주어진다고 한다. 그 의무를 다 하지 못하면「철야근무」등의, 꿍꿍이 내규도 있는 가보다.
치안당국은 도시교통체제를「집중관리제도」로 바꿀 계획을 한다. 지금과 같은 지역책임제도 등의 불 합리를 깨달은 모양이다. 그러나 이 번의 개편 속에는 교통순경의 사고수사권 등을 강화하는 조목도 들어있다. 자칫하면 운전사와 교통순경의 관계를 「쥐와 고양이」로 만들기 쉽다. 아니,「쥐와 고양이」는 바로 지금의 현실이고, 아마「쥐와 호랑이」쯤이 될지도 모른다. 고양이목에 방울을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쥐와 고양이」같은 비유를 할 수 있는 것에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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