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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곤의 누드가 있는 음악산책] 전통 3박자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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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김수지씨의 서양화 ‘장미’와 필자의 누드크로키의 만남.

그간의 곡선.자세.호흡 편에 이어 이번 주제는 리듬, 즉 '장단'이다. 요즘 사람들은 리듬감 넘치는 음악을 좋아한다. 신나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마음껏 몸을 흔들며 스트레스를 확 풀고 싶어 그러리라. 더욱이 운동 효과까지 있으니….

이 세상엔 다양한 리듬이 있다. 그러나 주로 4박자 음악을 듣게 되는데, 이는 서양 팝의 영향이 크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심지어 '박자치'도 즐길 수 있다. 왼발과 오른발 순서대로만 짚어나가도 절로 박자가 맞으니 이 얼마나 수월한가.

우리 음악은 전통적으로 3박자 계통의 장단이 주종을 이룬다. 세마치 장단의 '아리랑'을 비롯한 수많은 민요가 그러하다. 국악장단 하면 누구나 얼른 대며 어깨를 들썩이는 굿거리장단도 마찬가지다. 어깨뿐만 아니라 입 꼬리도 위로 올라가 얼굴을 젊게 보이게 하는 장단들이다.

서양은 물론 중국과 일본 등의 2박자와 4박자 음악은 쭉쭉 뻗어나가는 직선적인 느낌이 강한 데 반해 우리 장단은 내면의 느낌을 어깻짓으로 뿜어내는 소담한 곡선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어쩜 한가로운 듯도 하여 어느 새 차분해지고 여유로워짐을 느끼게 되는 소박한 음악이다.

한 민족에게서 가장 편안하게 발달한 모국어 즉, 한국어와 같은 우리 장단. 더구나 사랑했던 살아생전의 부모님과 할아버지 . 할머니, 외할머니께서 기분 좋으실 때 추셨던 어깨춤의 장단이니 더욱 친근하고 그립기까지 한다.

상대와 거리를 좁혔다 멀리했다 하는 타이밍을 그 춤을 통해서 보며 완급조절을 배우게 된다. 황급히 달려만 가는 숨 가쁜 인생 길의 공간에서 너와 나, 그리고 우리들 사이의 완급조절 음악의 장단- 3박자의 음악은 가요에도 많이 있다. 오빠생각, 얼굴, 나 하나의 사랑, 모닥불 등이다. 물론 서양에도 이바노비치 작곡의 도나우강의 잔물결,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는 줄리엣의 왈츠, 그리고 이탈리아가곡 중 입맞춤이란 뜻의 일 바초 등이 있다. 동.서양 간에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고와서 마음을 즐겁고 평화롭게, 행복하게 만든다.

이렇듯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양수(陽數) 3은 봄을 알리는 삼월 삼짇날, 삼신사상, 삼태극, 그리고 태양의 새 삼족오(三足烏)에서 볼 수 있다. 나아가 어린이들의 가위바위보, 삼세판 하는 씨름판에도 있다. 천지인(天地人)의 이념은 민족의 영혼과 감성 등 유전자에 자리 잡아 왔던 것이다.

화가 김수지씨 작 삼각구도의 꽃 그림 '장미'는 향기와 더불어 안정감을 준다. 메마른 정서의 현대인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다름 아닌 치유미술이다. 자, 봄이다! 바깥으로 나가 그림을 그려보자. 삼각구도의 꽃이나 산을 그리다보면 어느덧 자신은 아름다운 꽃이 되고 듬직한 산이 되어 평안해진다.

김태곤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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