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농이 성립될 수 없는 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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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업법개정을 앞두고 막연한 개념상 논의가 난무하고 있다. 중앙농지위원회가 농지소유상한제를 폐지하고 부재지주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농지법을 개정하는데 합의함으로써 제기된 농지제도 문제는 그 찬반론이 다 같이 막연한 개념의 유희에 그칠뿐 이나라 농촌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잊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경제의 본질적동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에 어긋나는 제도를 마련한다면 그 제도가 제 구실을 발휘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동향을 외면하는 기존제도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정책 이론상의 당연한 전제이다.
우선 오늘날 기업농이라는 개념이 성립될 수 았는 것인지에 대하여 기본적인 반성이 있어야 하겠다. 말로야 기업농을 추진한다는데 이론이 성립될리 없다.
그러나 기업농이 성립될 수 없는 농업여건에서 이를 추진한다면 그것은 공허한 개념상의 논의에 불과할뿐 농촌경제의 실체에 발전적 변화를 가져올 어떠한 계기도 마련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2백만 농가를 대상으로 할 때 그중 몇백 또는 몇천의 기업농이 있을 수는 있다. 이들이 기업농으로 성립될 수 있다는 것과 농업정책으로 기업농육성을 기본방침으로 한다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비록 상한제페지로 기업농의 수가 수만개로 증가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이나라 농촌규모로 본다면 한줌의 비율밖에는 되지 않을것도 자명한 이치다. 더욱이 농촌인구의 절대적 감소가 급속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면 소수의 기업농육성은 대부분의 농민을 더욱 영세화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므로 오히려 가중평균치로본 영농규모는 더욱 영세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농민1호당 경작면적이 1정보에도 미달인데 그것을 3정보로 늘린다 해도 오늘의 농촌인구는 3분의1로 줄어야 할 것이다. 하물며 3정보로써도 타산성이 없는 농업이라면 농촌인구를 얼마나 줄여야 기업농정책을 추진할 수 있으며 잉여농민은 어디로 흡수시킬 것인가를 분명히 하고서 기업농 논의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농지소유를 3정보로 묶어놓은 현행농지법을 절대시하여 이를 개정하는 것은 봉건적 토지소유제도로의 복귀라고 단정하는 것도 공소한 개념의 유희에 불과하다.
우리의 공업화가 진전되어 농촌인구가 절대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면 그때에는 농업의 기계화가 불가피하게 될것이며 기계화의 진전에 따라 농지소유의 규모가 커져야한다는 것도 자명하다. 따라서 농지법개정은 공업화의 단계와 농촌기계화의 공업화의 단계와 농촌기계화의 시간모형이 설정되고 나서 거론되어야 할 것이지 막연한 추상론으로 왈가 왈부할 것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여 우리가 내다 볼 수 있는 시계를 전제로하는 한 기업농이나 농업의 기계화를 기대하기는 당분한 어려울 것이다. 사리가 이와같다면 영세농을 본질로하는 이나라 농업은 영세농체제를 여건으로 받아들이고 그러한 여건하에서 농가소득을 향상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를 정책적으로 추구해야할 것이다. 부재지주가 비료값이나 대주고 3·7제로 타작하는 것을 기업농으로 생각한다면 오산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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