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에서 왔네요, 어린이날 초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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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튤립 정원에서 동심(童心)이 방긋 웃었다. 생후 2개월 된 아기 사자 만능이(수컷)를 조금은 무서워하던 김민하(5)·양인성(5) 어린이가 만능이를 만지며 활짝 웃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사진은 week&을 위해 연출했다.

올해는 어린이날이 하필 일요일이다. 어린이날 가족 나들이는 별도 휴가를 내지 않는 한 내일(4일) 토요일과 어린이날 당일인 일요일, 이틀 중에서 다녀와야 한다.

그래서 올해는 어디를 가느냐가 특히 중요하다. 멀지 않으면서 기왕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곳. 그래서 주말 정체에 어린이날 특수까지 덮친 ‘악몽 같은’ 주말을 피할 수 있는 곳. 나아가 아이들이 좋아하면서도 무언가 교육적인 기억을 남길 수 있는 곳. 어디 없을까? 있다. 바로 동물원이다.

동물을 싫어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어린이의 심리 치료법에 반려동물 키우기가 있다는 걸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동물을 좋아한다. 낯설어서 무서워하는 것도 아주 잠깐이다. 서울시가 편찬한 『한국동물원 80년사』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1960년대 국내 최초 동물원인 창경원 동물원에 잠시 어린이 승마장을 열었을 때의 일이다.

“신기한 것은 무서워 엄마 품에 달라붙어서 안타겠다고 새파랗게 질리던 아이가 말에서 내려 물러서지도 않고 오히려 목을 쓰다듬는가 하면 과자도 나눠주고 뽀뽀까지 하려 드는 것이었다.” 책의 저자이자 초대 서울동물원장인 오창영(86) 박사의 회고다.

우리나라에서 ‘보는 동물원’이 아니라 ‘체험하는 동물원’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시점도 바로 그 즈음이었다. 오 박사는 “감수성 높은 어린이가 동물의 체온을 피부로 느끼면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고 정서순화에도 도움이 된다”며 동물원의 체험 효과를 자신했다. 에버랜드 권수완(53) 동물원장도 같은 의견이었다. “아는 만큼 사랑하는 겁니다. 동물을 만지고 동물과 교감하다 보면 자연스레 생명 사랑, 자연 사랑을 배우지요.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그걸 알려주는 자연의 외교관인 셈입니다.” 어린아이가 다른 어린아이를 해코지하는 게 예삿일이 된 요즘 더욱 가슴에 박히는 말이다.

웬만한 도시에는 하나쯤 동물원이 있다. 서울 근교에도 큼직한 동물원이 세 개나 있다. 놀이기구와 동물 사파리(로스트밸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 에버랜드는 지난달 20일 육로와 물길을 수륙양용차로 누비며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사파리를 새롭게 출시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대공원의 서울동물원은 이달 중에 제주도 바다로 돌려보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등 인기 동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2006년 무료 개방돼 서울시민의 쉼터가 된 서울 어린이대공원은 오는 어린이날 개원 40주년을 맞는다. 고맙게도 모두 대중교통으로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어린이날 속 편히 준비하시라고 week&이 가볼 만한 동물원을 심층 분석했다.

 
글=나원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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