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대의원 줄세우기" 이용섭 "조직적 음해 홍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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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민주통합당 김한길 당대표 후보(왼쪽)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용섭 당대표 후보는 전북도의회를 찾아 전북 발전을 위한 7대 약속을 발표하고 있다. 차기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두 후보 측의 네거티브전이 가열되고 있다. [오종택 기자]·[뉴시스]

민주당의 차기 당 대표를 뽑는 5·4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2일 김한길 후보와 이용섭 후보 간 난타전이 벌어졌다. ‘불법 선거운동을 한다’며 상대방의 전화 녹취록까지 공개하고 나서는 등 네거티브전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첫 포문은 이 후보 진영이 열었다. 이 후보 측은 이날 오전 “김 후보 측이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금지한 문자 홍보 메시지를 돌리며 불법 선거운동을 펼친다”며 김 후보의 사과와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러자 김 후보가 직접 반격에 나섰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 선관위도 ‘문자 메시지 발송 금지’라는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음을 확인해 줬는데 이 후보 측이 이를 계속 문제 삼고 있다”며 “같은 당 동지에 대한 근거 없는 음해가 자행돼 민주당의 혼이 훼손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대의원 줄 세우기를 하고 있다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계파 정치의 행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당의 주인인 당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줄 세우기가 벌어지는 듯한 징조가 보인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친노(친노무현) 의원들이 물밑에서 ‘김한길 배제론’을 퍼뜨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엔 이 후보 측이 격분했다. ‘폭로 기자회견’을 열어 맞대응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의 황희석 대변인은 국회에서 “김 후보 측이 전화 홍보에서 ‘이해찬이 이용섭을 돕고 있다’고 했다”며 “이는 이 후보에 대해 조직적으로 음해를 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 증거라며 해당 홍보 전화의 녹취록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는 김 후보 측 상담원이 한 대의원에게 “이용섭 후보가 만약 당 대표가 되면 이해찬 전 대표가 뒤에서 조종할 것이다. 그래서 이용섭 후보가 되면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황 대변인은 “김 후보는 전화홍보 내용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도 요구했다.

 그러자 이해찬 전 대표도 가세했다. 이 전 대표는 의원실 명의의 자료를 내 “전당대회를 분열과 갈등을 모는 해당 행위이자 불법 행위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류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지지를 받는 윤호중 최고위원 후보도 가세했다. 윤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특정 세력을 뿌리뽑으려는 당 대표가 나오면 당이 분열에 휩싸일까 우려된다”고 김 후보를 비판했다.

녹취록을 놓고 공방이 계속되자 김 후보 측의 주승용 선대본부장은 “캠프의 한 자원봉사자가 특정 정치인의 실명을 거명하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주장한 데 대해 진위를 확인 중”이라며 “이유를 불문하고 해당 의원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양측의 네거티브전이 감정 싸움 수준으로까지 번지면서 전당대회 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선거가 과열돼 패배한 쪽의 승복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글=하선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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