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주변국 배려정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반도에 인접하고 있는 중국의 일부 지명이 1965년에 와서 바뀐 것이 몇 개 있다. 예를 들면 신의주와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국의 단동(丹東)은 본래 안동(安東)이었다. 그리고 길림성 집안(集安)은 집안(輯安)에서, 요녕성의 개주(蓋州)는 개평(蓋平)에서 바뀌었다.

당시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가 국무원령으로 한(韓)민족을 배려하여 불편한 지명을 바꾼 것이라고 한다. 안동은 과거 안동도호부를 연상시킨다고 안동현 지명중의 하나였던 단동으로, 개평은 고구려의 연개소문(淵蓋蘇文)을 평정하였다는 의미의 이름이라하여 개주(처음에는 개현)로 바꾸고 집안의 집(輯)은 신하가 황제 앞에 예(禮)를 갖춘다는 봉건적 의미가 있다하여 같은 발음의 집안(集安)으로 바꾸었다.

또한 저우언라이 총리는 고구려와 발해를 한(漢)족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왕조의 지방정부로 보고 그 역사를 중국사에 포함시키려고 하는 일부 국수주의적 역사관의 부당함도 지적하였다고 한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인접국 일본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2000년 이상의 중일(中日)역사에서 서로 갈등을 빚은 역사는 오래되지 않다고 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중일간의 우호를 위해 갈등의 역사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972년 중일 국교수교를 위해 일본의 다나카(田中角榮)수상, 오히라(大平正芳) 외상, 니카이도(二階堂 進) 관방장관의 일행이 중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저우언라이 총리는 그들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고 군악대로 하여금 세 사람의 고향 즉 니이가다, 가가와, 가고시마의 노래를 각 각 연주케 하여 일본인을 놀라게 하였다고 한다.

저우언라이는 젊은 시절 일본에 유학하였다가 중도에 귀국하였고 후에는 프랑스 등 유럽에서 유학하면서 한 나라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변국과 잘 지내야 하고 그렇기 위해서는 그들을 배려하는 정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던 같다.

요즈음 동북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변국의 신뢰와 이해를 잃게 하는 발언이나 역사왜곡으로 외교마찰과 국민들 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것을 보면 저우언라이의 근린제국(近隣諸國)의 배려정신이 국가 지도자들의 중요한 덕목이 되어야 함을 느끼게 한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