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한국남자 '류·싸' LA를 춤추게 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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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점 올리고 흥 돋우고 류현진(왼쪽)이 3회 말 메이저리그 첫 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싸이는 신곡 ‘젠틀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싸이 왼쪽에 앉은 사람은 토미 라소다 다저스 고문. [로스앤젤레스 AP=뉴시스]

대한민국의 두 젊은이가 ‘천사의 도시’를 춤추게 했다. 류현진(26·LA 다저스)은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쾌투로 로스앤젤레스(LA)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월드스타 싸이(36)는 신곡 ‘젠틀맨’에 맞춘 즉석 공연으로 다저스타디움을 흥겨운 잔치판으로 만들어버렸다. 류현진은 1일(한국시간) 열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6회까지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3피안타·2실점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조 1위팀인 콜로라도 타선을 틀어막았다. 다저스는 6-2로 승리했고, 류현진은 시즌 3승(1패)으로 클레이턴 커쇼(25)와 함께 팀 내 다승 1위에 올랐다. ‘타자 류현진’은 우전안타로 메이저리그 첫 타점도 올렸다.

 ◆콜로라도 강타선 잠재워=“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하는 날이다. 우타자에게는 변화구,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주문하겠다.” 다저스의 포수 A J 엘리스는 경기 직전 기자에게 이같이 ‘작전’을 털어놓았다. “미리 발설하면 상대 타자들이 대비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류의 구위는 알고도 못 칠 수준”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의 예언(?)대로 전날 19안타로 12점을 뽑았던 콜로라도의 활화산 타선은 류현진의 볼에 헛바람을 가르기 일쑤였다.

 류현진은 경기 내내 싸이의 ‘시건방춤’같이 거만하게 볼을 뿌려댔다. 6회만 던지고도 다저스 선배 노모 히데오(일본)의 팀 내 아시안 투수 최다 탈삼진(13개)에 한 개만 모자랐다. 1회 좌타자 카를로스 곤살레스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표정 변화 없이 씩씩하게 던졌다. 류현진은 3회 말 2사 1, 2루에서 깨끗한 우전안타로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류현진 앞 타석 선수를 고의사구로 걸렀던 콜로라도 투수 호르헤 델라로사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오락도시 LA를 즐겁게 해 줬다”=다저스가 6-1로 앞선 4회 초 직후 공수 교대시간, 전광판에 싸이가 나타났다. 관중석에서 큰 함성과 웃음이 터졌다. 싸이는 3루 쪽 다저스 더그아웃 옆에서 신곡 ‘젠틀맨’에 맞춰 ‘시건방춤’과 ‘꽃게춤’을 선보였다.

 싸이는 퍼포먼스 도중에 선글라스를 꺼내 쓰는 여유를 부렸고, 관중을 향해 야구공을 던져주기도 했다. 싸이는 신곡 홍보를 위해 지난달 25일 뉴욕으로 출국하면서 “류현진을 꼭 응원하러 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류현진이 최근 SNS를 통해 ‘젠틀맨이 동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싸이는 경기 후 류현진이 사인한 다저스 유니폼을 증정받았다. 콘서트에서 썼던 선글라스를 선물한 싸이는 “축하한다. 자랑스럽다. 그런데 선글라스 사이즈가 맞나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류현진은 “싸이 형이 응원해줘서 정말 좋았다 ”며 즐거워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 예측할 수 없는 패턴으로 공이 요요처럼 춤췄다”고 류현진을 칭찬한 뒤 싸이의 표정을 흉내 내며 “싸이의 깜짝 등장을 봤다. 오락도시 LA를 즐겁게 해줬다”며 환하게 웃었다. LA 시민들은 행복했고, 한국 교민들은 가슴 벅찼던 하루였다.

LA중앙일보=봉화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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