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지 않는 별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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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너 커서 요담에 어떤사람 될래?』 『대통령!』 『옳지, 그놈 장하구나』 『넌 커서 뭐 될래?』 『대장!』 『옳지, 그놈 대장부 감이로구나』어리이는 말의 뜻을 미처 이해하기전부터 앵무새처럼 뇌며 부모의 마음을 즐것게 해줘야 한다.
꼬마화가, 음악가, 무용가 등 어린이들의 가지가지 재주가 라디오나 텔리비젼을 통해서 혹은 전시회나 발표회를 토해서 관심을 모을 때 무모들은 한없이 흐뭇해 한다. 그러한 재주를 지니게 하려고 부모들은 또한 미술연구소로, 무용연구소로 피아노레슨이다 바이얼린레슨이다 해서 막대한 투자와 함께 정력을 바치고 있다. 심지어 예능면뿐 아니라 한문 외국어 미분적분까지 가르쳐서 신동이나 천재를 만들려고 한다. 그리하여 반짝빤짝 빛나는 꼬마스타글이 재주를 겨루게 된다.
그러나 스타들의 수는 어린이가 자랄수록 줄기마련디다. 어디론지 사라져버린 별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천재란 인위적으로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다.
자녀가 장하고 훌륭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동서고금을 통한 어버이들의 인정일 것이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첫째, 일류, 우두머리만 찾는 근래 한국어버이들의 안간함은 아무래도 병적이다. 꼬마별들은 대부분이 타의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그 뒤에는 그 자신들의 어린시절이나 혹은 젊은 시절에 채우지 못하고 꺾여버렸던 욕망을 뿌리깊이 간직한 어른들이 도사리고 앉아서 그들의 열등감이나 충족되지 않았던 욕망을 자녀를 통해서 보상하려 들고 있다.
한국의 어린이는 그들의 인격보다도, 그들 자신의 생활보다도, 먼저 이지러진 어른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기쁘게 해야하는 것이다.
에렌·케이여사는 20세기는 아동의 세기라고 했지만 한국 어린이는 바야흐로 수난의 세기에 살고 있다.
앵무새처럼 뇌는 야심이나 타의에 의한 배움이 아니라 스스로의 궤도를 분명히 찾아서 슬기롭고 요원히 빛나는 별들을 지켜주지는 못할 것인지. 이상금<이대교수 아동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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