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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칼럼] 마을 만들기 사업, 정부 지원 절실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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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산시 인주면 공세리 마을에 다녀왔다. 공세리 성당 들머리의 작고 예쁜 도서관이 참 인상적이었다. 도심에서 먼 이곳에 5분 걸음 도서관이라는 명목으로 세워진 생활 밀착형 도서관이다. 각종 강좌 등 다양한 활동도 이뤄진다고 하니 이곳 주민들, 특히 아이들이 꿈을 키우는 소중한 공간일 게다. 그래서 이름도 ‘꿈꾸는 팽나무 도서관’이다.

게다가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지자체의 지원 외에 마을에 있는 기관 단체나 한살림 지회 등 다양한 주체들이 후원하고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관리 운영이 이뤄지는 공동체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지만 마을은 여전히 중요한 공간이다. 곳곳의 마을을 다니다 보면 요즘 이렇듯 여러가지 의미 있는 일들이 진행되고 있
다. 가장 작은 지역 공동체인 마을에서 주민이 주체가 되는 다양한 움직임들이 시작됐다.

 아산시에는 362개 행정리와 131개통에 500여 개의 자연마을이 있다. 백제 시대 이래의 읍치였던 곳과 주변에 많은 마을들이 있었을테지만 고려시대까지의 마을들 내력은 확인되지 않는다. 고려 말 조선 초기에 조선왕조 개창에 반대하고 들어와 자리 잡은 집안들의 마을은 희안리, 도산리 등 꽤 여러 곳이 있다. 그 뒤 조선시대 수백 년에 걸쳐 낙향·혼인·은둔·피난 등 다양한 형태로 이주해 온 집안들이나 분가, 이주 등을 통해 새로운 마을이 만들어지기도 했고 기존의 마을이 확장되기도 했다.

 그렇게 형성된 마을들 중 일부는 없어지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마을들이 수백 년의 역사를 지니며 이어져 왔다. 오랜 기간 동안 마을이 유지돼 온 것은 혈연과 지연, 내부질서 체계 등이 씨줄과 날줄로 겹겹이 얽히며 작동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 필자가 특히 관심을 갖는 부분은 두레와 계, 그리고 동제등 공동체적 요소들이다. 이런 요소들도 시대에 따라 변하거나 소멸돼왔음은 물론이다. 산골 마을에도 두레나 연반계 등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런데 매우 흥미로운 점은 산신제 등 동제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마을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일부 사람들은 미신, 답습, 흥미거리나 관광자원으로의 단순 복원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필자는 조금 달리 생각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오늘날에도 마을 공동체가 중요하고 공동체적 기제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으며 기존의 동제를 대체하거나 그것을 능가할 새로운 요소가 없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천경석 온양고 교사

 마을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최근에 추진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마을 만들기 사업은 적절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특히 고령자들이 대부분인 시골 마을에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이뤄지는 것은 매우 절실하다. 다만 관의 일부 성과주의나 눈밝은 몇몇 주민이 주무르는 사례는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관은 체계적으로 지원하되 개입은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또 주민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이러한 사업을 통해 살기 좋은 마을들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천경석 온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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