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가 번거롭다고? … LP 음악, USB·아이폰에 바로 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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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국 턴테이블 제작사 아이온(ION)의 아이프로파필(iProfile). LP에서 나오는 소리를 아이폰과 아이팟에 녹음할 수 있다.

누명을 쓴 한 남자의 탈옥기를 담은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은 건 모차르트의 음악이었다.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은 교도관 사무실을 잠궈놓고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LP를 튼다. 그 과정은 꽤나 번거로워 보인다. 박스에서 LP판을 꺼내 닦고 턴테이블 바늘을 조심스럽게 LP에 올려놓는다.

 LP를 즐기는 데 필수품인 턴테이블. 조작하려면 제법 손품을 팔아야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사정이 다르다. 바늘을 만질 필요가 없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녹음도 된다. 일례로 데논(DENON) DP-200USB는 LP에 담긴 음악을 USB 드라이브에 저장해 주는 기능을 갖췄다. 턴테이블에 UBS저장장치를 연결하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LP에 녹음된 음악이 MP3파일(192kbps)로 바뀌어 저장된다. 192kbps는 온라인 음악 상점에서 판매되는 가장 흔한 MP3 파일 포맷이다.

 컴퓨터와 USB 케이블로 연결해 LP를 MP3 파일로 변환할 수 있는 턴테이블도 있다. MP3 전환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고 LP를 재생하면 된다. LP 소리를 그대로 담기 때문에 “지지직”거리는 LP 고유의 튀는 소리도 녹음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 이른바 ‘디지로그’의 구현이다.

 IT 기기의 실용성을 품은 턴테이블도 있다. 아이온(ION) 오디오가 내놓은 턴테이블 엘피 독(LP DOCK)에는 애플의 아이폰을 설치할 수 있는 거치대가 달려 있다. 아이폰을 거치대에 놓으면 LP에 담긴 음악이 MP3 파일로 아이폰에 저장된다. LP 제작사 키오브 서보익 대표는 “LP가 불편하다는 건 요즘 턴테이블의 발전 추세를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안드로이드 계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턴테이블도 곧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알루미늄을 절삭해 만든 수제 턴테이블 중에는 1억원이 넘는 것도 있다. 하지만 비교적 저렴한 제품도 있다. ‘돈이 없어 LP를 시작하지 못했다’는 건 푸념에 가깝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저가형 턴테이블은 20만원대다. 컴퓨터·아이폰과 연동되는 턴테이블은 30~40만원 정도다. 데논·야마하 등 일본 회사가 만든 보급형 턴테이블은 50~100만원. 가격별 음질 차이는 일괄해서 말하기 어렵다. 음향제품의 특성상 일단 들어보고 자신의 기호나 취향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된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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