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개방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산품 가격이 오르면 수입을 개방하여 물가를 안정시키겠다고 김 상공은 밝혔다. 박 기획의 경제정책구상이 발표되면서 가격기구를 활용하는 행정으로 전환되고 있는 인상을 깉게하고 있으며 이점 경제정책의 일보전진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자본제경제를 근거로하는 이상 가격기구를 통해서 정책목표를 실현시키려는 노력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하겠다. 흔히 후진국경제의 깊이가 낮기 때문에 가격기구의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독단론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것이나 그러한 독단론에 사로 잡혀 모든 분야를 정부가 지배하려할 때 파생되는 혼라과 낭비는 가격기구의 결함이 갖는 손실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잊기쉬운 것이다. 그동안의 정책이 행정지도라는 억압정책으로 일관되어 왔다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라하겠으며,그 때문에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수습할수 없을만큼 서순은 확대되어 왔던 것이다. 이렇게 확대된 서순을 어떻게 해소시켜 갈것인가 하는점이 박 기획하의 경제정책이 해결해야할 기본적문제점이라 할수 있는것이며 그일환책으로 박 기획이나 김 상공이 자동적 가격조절기능을 들고 나온것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가격기구에 의존한다는 것 자체에대한 정부당국의 인식은 불완전한 것 같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생각이다.가격기구의 자동적조절기능은 생산원가수준에 따른 효율경쟁이 보장될 때 비로서 제대로 작용하는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이러한 기본전제의 충족이 없이 무조건 현행가격수준을 유지시키려한다는 것은 가격조절기능의 본질과 어긋나는것이라 하지않을수 없다. 공공요금의 인상, 간접세중심으로된 조세체계하에서의 증세, 운전자금에대한 국한된 유례없는 고금리정책, 그리고 기본적으로 물가상승을 재촉하는 고율투자,외자도입정책을 시정하지않으면서 물가만을 안정 시키고자하는 정책인식으로는 아무리 가격조절 수단을 강구한다하더라도 소기한 성과를 거둘수 없을것도 뻔한 사실이다. 이런 각도에서볼 때 김 상고이 제시하는 수입개방정책도 본말을 뒤집어온것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국내적조건은 물가상승을 재촉하고있는데 이르 시정하지 않고서 물가안정만을 위해서 수입을 개방하게된다면 국내산업은 어떻게 될것인가하는점을 충분히 고려해야될 것이다. 원가상승 압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수입을 개방하여 판매수입을 억제할 때 국내기업의 재생산능력은 저상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상공당국은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이지 가격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은 아니다. 이러한 상공당국이 당면한 물가안정에만 사로잡혀 지속적인 성장을 약화시킬 정책을 추진하려하는것도 납득할수없는 것이다. 오히려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고도성장정책 자체에 대한 수정이 선행되어야할 것이며 상공부의 절위밖의 일이라하지 않을수 없다. 박 기획의 가격기구화용방식을 환영하는바이지만 물가안정수단으로 수입을 개방하겠다는 상공당국의 정책방향은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장기적안목과 어긋난다 하지 않을수 없다. 따라서 고도성장정책의 수정으로 물가안저의 기틀을 마련하는한편 산업정책은 지속적인 성장력을 보장해주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