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열의…|김·박양 영예의 뒷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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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8일 국체여중부 1백m에서 금「메달」(13초2)을 딴 김몽순(경북·성주여중·15)양은 연습을 시작한지 5개월밖에 안 되는 유망주. 가난한 두메산골(경북 선산군 고아면)에서 30리 길을 통학하는 빈농 김고보(63)씨의 5남매 중 막내둥이. 아직도 영양실조의 누런 얼굴을 한 김양의 금 「매달」뒤에는 금보다 귀한 사제간의 이야기가 얼룩져 있다.
그를 길러낸 교사 백신일(30)씨가 중학교 3학년 여학생반 체육시간에 우연히 김몽순양의 뜀박질 소질을 발견한 것은 지난 5월, 백선생은 곧 20리 산길을 걸어 그의 부모를 찾아갔다. 그러나 김몽순양의 아버지 김고보씨는 5남매나 거느린 가난한 소작농.
『오직 하며 계집아이를 30리 길이나 통학시키겠소』
선수로 키우기는커녕 학교를 계속 시키기도 어렵다고 했다.
실망한 채 돌아온 남편을 본 백선생의 부인(성명은 끝내 숨김)은 남편에게『당신은 담배를, 나는 화장을 끊고 선수들을 우리가 데리고 있자』고 제의했고, 남편은 부인의 격려에 힘입어 같이 소질을 보인 고등학교 1학년의 박태옥양과 김몽순양을 집으로 불러왔다.
아내는 두 선수의 건강을 위하여 「메뉴」를 짰고 남편은 밤낮없이 이들을 연습시켰다. 5개월 후 경북 도민체육대회에 첫 출전한 두 선수는 1백m와 2백m에 각각 우승했고 이번 국체에서 김몽순양은 1백m에 금「메달」, 박태옥양은 2백m에 4위를 차지했다. 이런 소문을 들은 교장 채명덕씨는 이들의 등록금을 면제시켜주었고 유지들은 9천5백원의 출전비를 마련해 주었다. 김몽순양은 최고희망을 『세계신기록 수립입니다. 죽자고 해볼 랍니다』하고 부끄러운 듯 백선생의 등뒤로 숨었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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