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 주변 4천여평 시민공원 만들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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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의 한복판인 명동 일대 4천여평에 시민들을 위한 대형 공원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 지역은 주변 상업용지의 공시지가가 평당 1천3백만원이 넘는 금싸라기 땅이다.

명동성당과 서울시가 명동성당 인근 계성초등학교와 계성여고를 반포로 이전하고 성당 입구에 있는 가톨릭회관도 헐어내 대규모 시민 공원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성당 측은 교육관.문화관 등 부속 건물도 철거해 그 자리에 문화시설을 지어 시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회색빛 빌딩과 아스팔트.고가도로로 둘러싸인 명동에 땅값만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대형 쉼터가 들어서는 것이다.

명동공원 조성 사업은 2004년 계성초등학교를 반포로 옮기면서 본격 추진된다. 조성될 공원 면적은 약 1만4천㎡로 청계천이 복원되면 남산~명동성당~청계천으로 연결되는 도심의 녹지벨트를 형성한다.

명동성당 이준성 부주임 신부는 "명동성당이 가톨릭회관과 삼일고가도로에 가로 막혀 시민들과 격리된 느낌을 주고 있다"며 "공원과 문화공간이 들어서면 시민들이 보다 쉽게 성당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은 "녹지가 부족한 도심에 들어서는 공원인 만큼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계성학교 이전을 돕고 주변지역을 지구단위 계획으로 묶어 종합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은 사유지를 공원으로 조성한 전례가 없어 행정 지원에 어려움이 많지만 명동성당이 귀중한 문화재이므로 예산을 최대한 지원할 방침이다.

명동성당 측은 1996년부터 명동성당 성역화 사업으로 부속건물 정리작업을 추진해왔으나 성당 구내 공간이 협소하고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성당 측은 이번 공원 조성사업에 명동성당 건립 1백주년(98년) 기념사업 당시 마련한 기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건축관계자들의 반대가 걸림돌로 꼽힌다. 교육부는 계성초등학교와 계성여고가 옮겨가면 이 일대 학교난이 우려되므로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건축관계자들은 국내 최초로 국산 알루미늄판으로 외벽을 시공한 가톨릭회관 건물을 헐지 말고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동성당=높이 23m(종탑 높이 47m), 길이 68m, 너비 29m로 한국 근대 종교건물의 대표작이다. 1898년 프랑스 신부들에 의해 벽돌을 이용한 고딕양식으로 지어졌다.

지하묘역에는 기해.병인박해 때 순교한 여러 순교자의 유해가 모셔져 있으며 70년대 이후에는 민주화를 외치는 노동자.학생 등이 몰려들어 굴곡진 우리 현대사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장소가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동자들의 명동성당 장기 농성과 관련, 성당 측이 "불가피할 경우 공권력 투입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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