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8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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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쌀값의 최하한이 가마당 3천5백38원선으로 밝혀졌다. 이 가격은 작년도 정부매입가격 3천3백6원에 물가상승율 7%를 가산한 결과이다. 금년도 추곡수매 총 계획량은 4백만석으로 책정되었다.
쌀값은 그 원가(생산비)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우선 입지조건이나 자연환경이 산 넘고 물 건너 다르기 때문에 과자값 모양으로 일률적인 평균을 낼 수가 없다. 오히려 농민의 편에서는 어떤 조건에서도 곡식 값은 싸 보일 것이다.
그들이 사계를 두고, 아니 평생을 두고 땀을 흘리는 생각을 하면 곡식 한알이 피 한방울처럼 소중할 것이다. 비가 오나, 가뭄이 드나, 춥든 덥든 그들의 흙에 대한 애착과 정성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초월한다. 차라리 곡식은 노력의 결실이라기보다, 신앙의 보상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그러나 쌀값이 조금만 오르는 듯하면 도시의 비명이 요란하다. 마치 식량기근이라도 든 것처럼 수런거린다. 우리나라 농정의 비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촌의 희생을 무작정 강요하는 도시의 비정, 그것은 우리사회의 일동구조가 갖는 모순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의 추곡매입가는 경제적인 합리성에 우선해서, 정치적인 안배로 결정되는 인상이다. 정부는 물가상승율 7%를 『감안』했다지만, 물가고가 주는 현실적인 괴로움이나 가계에 미치는 심리적인 충격을 어떻게 『감안』해야할지는 좀더 깊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도시의 비명만이 요란하고, 농촌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것은 농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기구가 허약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 66년 농협특별감사반이 『농협은 농민의 것이 아니라, 임직원의 것으로 떨어지고 말았다』는 보고를 한 것은 바로 그 맹점을 통쾌하게 찌른 것이다.
농협은 정부의 농촌출장소와 같은 역할을 지양해야할 것이다. 농민의 권익을 보강하고 지켜주는「애민기구」로 개혁되어야 한다. 농협이 어용적인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은, 농민이 도시의 비명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3천5백38원이 주는 괴로움을 그때야 모든 사람이 공동의 아픔으로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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