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양어선단의 조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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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태평양 「알류선」열도 근해에서 우리어선 두척이 심한 풍랑으로 침몰되고 선원 29명이 실종, 그 구조는 거의 절망시 되고 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비보에 접하여 우리는 다만 이들의 기적적인 구조와 생환을 기원할 뿐, 희생자들의 비운을 국민과 더불어 슬퍼하는 바이다.
다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반성해야할 것은 이와 같은 해난사고가 반드시 불가항력적인 사고였던가 하는 점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북양어업 진출문제는 그 출항전부터 국내외적으로 많은 물의와 문젯점을 지녔던 것으로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조난은 이에대해서 만족할만한 외교적 조치를 완결하지도 못한 채 우리 어선단의 출어가 감행됨으로써 일어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일본을 비롯한 미국, 「캐나다」, 소련 등은 합세하여 우리 어선의 북양어업진출을 막기 위해 갖은 악랄한 방해전술을 펴왔던 것인데, 장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 어선단이 이번과 같은 조난을 당하게 됐을 경우, 그 사전예방과 긴급대피 대책 등에 관해서 이들 이해관계 제 국이 적극적인 협조를 해주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음이 있다. 북양어장 개척에 대한 열의는 물론 중요한 것이고 또 이에 따른 얼마간의 희생감수의 각오도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라 하겠으나 너무 조급한 모험이 이번과 같은 조난의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면 북양과 남양 등 원양어업의 장래를 위해서는 크게 반성하는바가 있어야할 것이다.
다음은 원양어로작업에 진출하는 우리 어선단의 장비와 선원들의 해상기술면에 있어 우리는 과연 충분한 인도주의적 고려와 돌발사고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가하는 문제이다.
이번 조난 현장인 북태평양 수역은 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사모아」도 근처의 남태평양 수역 등도 연중 거의 쉴 새 없는 태풍의 발생 및 통과지역인데다가 적어도 수백마일의 난항을 겪지 않고서는 긴급피난을 위해 기항할 항구조차 변변치 않은 것이 이 해역의 천연적 조건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기상조건아래서도 능히 어로작업을 추진할 수 있고 그 어획물을 무사히 착륙지점까지 운반하여 외화를 벌 수 있기 위해서는 선단의 장비. 시설에 있어서만은 다른 나라의 그것들과 적어도 경쟁상대가 될만한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삼양어선단의 경우, 모선조차 겨우 1천톤급으로서 이와 같은 조건 아래서는 도저히 만족스러운 어로작업의 추진은커녕, 해난 돌발의 경우 모선으로서의 구조작업기능조차 감당키 어려웠으리라는 것은 이번 사고가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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